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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존재감' 김민구, 신인드래프트 판도도 바꿀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8-11 11:41



김민구(경희대·1m91)가 다가오는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이 정도면 김민구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0일 필리핀 마닐라 몰오브아시아아레나에서 열린 제27회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홈팀 필리핀에 79대86으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남자농구 월드컵(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하지만 실망 속에 희망도 있었다. 바로 대학생 김민구의 분전이었다. 김민구는 이날 경기에서 3점슛 5개 포함, 혼자 27득점을 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만약 한국대표팀이 승리를 거뒀다면 김민구는 일약 한국농구 최고의 스타로 떠오를 뻔 했다.

그렇다면 김민구가 다가오는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의 판도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 사실, 이번 신인드래프트의 얘기가 나온 시점부터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사실상 1순위 후보는 이번 대표팀에서 함께 뛰고 있는 김종규(경희대·2m7)의 몫이었다. 큰 키 뿐만 아니라 빠른 스피드에 점프력까지 갖춰 센터가 필요한 팀들의 구애를 받고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며 상황이 달라졌다. 한 프로구단의 코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김민구가 확실히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필리핀전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려서가 아니다. 이날은 필리핀의 홈경기. 그 어느 나라보다 농구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필리핀 2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한국대표팀은 위축된 듯 보였다. 김주성(동부) 양동근(모비스) 조성민(KT)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딱 한 선수 만이 무슨 일 있느냐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연신 3점슛을 성공시켰다. 승부처 자유투도 백발배중. 4개를 던져 4개 모두 성공시켰다. 8강 카타르전부터 9개를 던져 모두를 성공시켰다. 김민구였다. 큰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배포를 보여줬다. 필리핀전 뿐 아니었다. 토너먼트가 시작돼 선수들의 긴장도가 몇 배가 된 카타르전에서 역시 내외곽을 휘저으며 한국 공격을 이끈 선수가 김민구였다. 향후 해결사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모두에게 보여줬다.

1번부터 3번, 앞선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장점도 보여줬다. 김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외곽슛 뿐 아니라 빠른 돌파에 이은 패스, 그리고 수준급의 속공 마무리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자신보다 키가 큰 선수 2~3명이 따라오는 가운데도 그 틈을 헤집고 성공시키는 원맨 속공 마무리는 일품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포인트가드를 대신해 경기 리딩에 나서는 모습도 보여줬다. 드리블, 스텝 등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김종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김민구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한국대표팀 사정을 감안했을 때 김종규가 수비 및 리바운드에서 분투해주는 모습을 칭찬해줘야 하는게 맞지만, 단조로운 공격 능력과 2대2 수비, 지역 수비 등에서 전술적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으 노출돼 각 프로팀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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