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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판에서 커다란 화제를 낳은 대형 트레이드가 있었다.
프로야구에서 3명씩 무더기로 교환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거니와 트레이드 당사자가 삼성과 LG였다는 사실에서 야구계에서는 화제가 됐다.
삼성과 LG의 이번 트레이드는 일종의 금기를 깬 것이었기 때문이다. 두 팀이 정식 트레이드를 한 것은 1990년 LG가 창단된 이후 23시즌 만에 처음이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삼성과 LG가 전통적인 전자 라이벌 기업이기 때문에 선수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가운데 발생한 대형 트레이트라 이례적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프로농구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다. 프로농구에도 LG와 삼성이 경쟁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에서 삼성과 LG의 이름을 걸고 팀을 운영하는 종목은 야구와 농구 2곳뿐이다.
프로야구와는 반대로 프로농구에서는 삼성이 서울을, LG가 창원을 연고지로 한다. 프로농구는 1997년에 출범했기 때문에 두 팀의 역사는 프로야구에 비해 훨씬 짧다.
하지만 야구처럼 트레이드를 금기시 한 적은 없었다. 두 팀은 프로 출범 첫 해부터 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프로농구 초대 1997시즌이 끝난 1997년 6월 삼성과 LG는 곧바로 트레이드를 했다. 당시 삼성에 있던 가드 윤호영(42)을 LG로 보내는 대신 LG는 현금 5000만원을 삼성에 지불했다. 당시 물가로 시면 현금 5000만원은 비싼 거래였다. 윤호영은 현재 한국농구연맹(KBL)의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5월에는 황진원(34)이 삼성에서 LG로, 이정래(35)가 LG에서 삼성으로 각각 맞트레이드됐다. 이후 LG에서 코리아텐더(현 KT)로 다시 트레이드된 황진원은 SK, KGC, 동부를 거쳐 올시즌 FA로 삼성으로 복귀했고, 이정래는 은퇴 이후 고려대 코치를 역임했다.
더 나아가 삼성과 LG는 2005년 초대형 트레이드까지 모색했다. 당시 양 팀의 대형급 선수를 1대1로 맞바꾸는 것이었다. 양 팀간 트레이드 협의는 끝났고 선수 주고받기를 앞둔 상황에서 무산됐기 때문에 그동안 비밀에 붙여졌다.
트레이드가 결렬된 것은 구단 수뇌부가 갑자기 바뀌는 돌발상황 때문에 그런 것이지 삼성과 LG의 라이벌 의식과는 관계없었다. 그래서 두 팀은 지금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처럼 프로농구의 삼성과 LG는 프로야구와는 전혀 다른 거래관계를 유지해왔다. 오히려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했다. 2008∼2009시즌부터 두 팀은 유니폼 협약을 맺은 상태다.
보통 원정과 홈경기 유니폼이 각각 다르지만 삼성과 LG의 경기 만큼은 홈-원정 구분이 없다. 무조건 삼성은 파란색, LG는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다. '레드-블루' 대결구도로 삼성과 LG의 라이벌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농구흥행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다.
이들의 교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LG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 진 감독과 직전 LG 감독이었던 강을준 전 감독은 실업팀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LG 관계자는 "프로농구는 아무래도 바닥이 좁고 선-후배간 친화력이 남다르다 보니 괜히 적대시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팀이 맞대결을 벌이는 날이면 뒤에서는 "절대 삼성(LG)한테 만큼은 패하면 안된다"는 정서가 구단 고위층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한다.
'승부는 승부이고, 거래는 거래다'라는 것이 프로농구 삼성과 LG의 생존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