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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하승진없이 사는 법 터득한 KCC의 명암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12-28 10:05 | 최종수정 2011-12-28 10:06


KCC는 하승진없이 사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최근 3연승이다. 하지만 명확한 한계도 있다. 지난 삼성전 경기장면. 스포츠조선DB

KCC는 최근 3연승이다. 22일 삼성에게 이겼고, 이틀 뒤 KT에게 승리했다. 또 27일 전자랜드도 쓰러뜨렸다.

의미깊다. 하승진(2m21) 없이 일군 연승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세 차례나 완패했던 KT전 승리는 뜻깊다. 하승진은 매 시즌 잔부상을 입는다. KCC 허 재 감독은 "(하승진이 없어서) 피곤하긴 한데, 계속 대비는 하고 있다"고 했다. '하승진 없이 사는 법'을 KCC가 깨우친 걸까. 득과 실이 공존한다.

그래도 하승진이다

주저없다. KCC의 에이스는 전태풍이나 용병 디숀 심스가 아닌 하승진이다. 허 감독은 그렇게 단언한다.

그는 "하승진을 정상적으로 막을 순 없다.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때문에 하승진이 중심이 된 농구를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하승진은 지난 13일 SK전에서 다쳤다. 무릎 인대가 살짝 늘어났다. KCC는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이 목표다. 20승11패로 3위. 선두 동부와 5게임 차다. 허 감독은 "팀이 정비되면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하승진의 몸상태는 정상 컨디션의 70% 정도. 그러나 급하게 쓰지 않는다. 다음달 3일 안양 KGC전에 복귀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의치 않으면 7일 동부전에 투입시킨다는 복안이다. 급하게 쓰면 당장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판단때문이다.

끈적한 스피드 농구


KCC는 하승진이 없을 때와 있을 때를 구분해 두 가지의 팀컬러를 가지고 있다. 2008년부터 해왔던 시스템이다. 하승진이 있을 때는 철저한 높이, 그렇지 않을 경우 스피드 농구를 한다. 두 가지를 병행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얻어왔다. 실제 2008~2009시즌 KCC는 9위까지 처졌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승진이 부상을 입었다.

허 감독은 재빨리 추승균 강병현 임재현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스피드 농구로 팀을 정비했다. 결국 8연승을 달렸고, 하승진이 돌아오며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3연승도 이런 과정에 있다. 그러나 그때와는 좀 더 다르다. 수비가 더욱 탄탄해졌다. 27일 전자랜드와의 경기 전 허 감독은 농담삼아 "(경기 중)무릎을 굽히는 선수가 있으면 레이저 (눈빛)를 쏘겠다"고 했다. 수비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실제 KCC의 수비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조직적이면서도 끈적하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한발 더 뛴다. 강력하면서도 터프한 수비때문에 전자랜드는 높이의 우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패했다. 최근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인 듀오 정민수와 김태홍도 KCC의 이런 수비 시스템에 녹아들며 알토란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

여전한 한계

그러나 문제는 있다. 하승진이 빠지면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매우 나빠진다. 제대로 된 센터가 없다. 동부, KGC같은 팀과의 맞대결은 매우 버겁다. 모비스, 오리온스, SK같은 팀과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허 감독은 "모비스(29일) 오리온스전(31일)이 많이 고민된다"고 했다.

체력적인 부담도 가중된다. 전주를 홈으로 쓰고 있는 KCC는 10개 구단 중 이동거리가 가장 길다. 수도권 5개팀, 영남권 3개팀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KCC만 전주에 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승진이 없으면 상대팀이 센터진에 볼을 투입했을 경우, 더블팀에 의한 로테이션 수비는 필수다. 골밑에서 미스매치를 조직적인 수비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수비 시스템이기도 하다.

때문에 KCC의 '하승진없이 사는 법'은 일상적이기도 하지만 임시방편의 성격도 짙다. KCC 선수들의 투혼은 눈물겹지만, 한계가 명확한 부분도 있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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