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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쳤어요" 방수포 앞 서성인 대투수, 왜 그리 마운드가 간절했을까[광주 이순간]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4-08-27 21:34 | 최종수정 2024-08-28 05:23


"비 그쳤어요" 방수포 앞 서성인 대투수, 왜 그리 마운드가 간절했을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비 그쳤어요" 방수포 앞 서성인 대투수, 왜 그리 마운드가 간절했을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KIA 타이거즈는 SSG 랜더스에 4-0으로 앞선 4회말 공격에서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홈팀 KIA 관계자들이 급히 방수포를 깔았고, 관중들은 비를 피해 실내로 급히 움직였다. 경기가 재개될 수 있을지 속단할 수 없었던 상황.

20여분 간 세차게 내리던 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KIA측 3루 더그아웃 앞에 한 선수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이날 KIA 선발 양현종. 보호대로 왼쪽 어깨를 감싸고 있던 양현종은 방수포 앞을 서성였다. 그라운드 상태 점검을 위해 모습을 드러낸 심판진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비 그쳤어요" 방수포 앞 서성인 대투수, 왜 그리 마운드가 간절했을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비 그쳤어요" 방수포 앞 서성인 대투수, 왜 그리 마운드가 간절했을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방수포를 걷자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선 것도 양현종이었다. 훈련 보조 포수를 대동한 채 외야로 나가 한동안 힘차게 공을 던졌다. 누구보다 경기 재개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던 장면.

55분 만에 재개된 승부. 하지만 양현종은 곧바로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팀 타선이 폭발했다. SSG가 오래 쉰 엘리아스를 교체한 가운데, 구원 등판한 장지훈을 상대로 KIA 타선은 무사 만루에서 4연속 안타로 대거 6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10-0,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면 양현종은 5회에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1시간 넘게 쉰 양현종의 투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양현종은 한유섬 하재훈에 연속 안타를 맞았고, 장준재까지 볼넷 출루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박성한과의 1B 승부에서 2구째 127㎞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고, 높게 뜬 타구는 우측 폴대 안쪽을 맞고 들어오는 만루포로 연결됐다. 10-4, 여전히 넉넉한 점수차였지만 언제 또 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 양현종이 안정을 찾을지도 불투명했다.


"비 그쳤어요" 방수포 앞 서성인 대투수, 왜 그리 마운드가 간절했을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비 그쳤어요" 방수포 앞 서성인 대투수, 왜 그리 마운드가 간절했을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결국 KIA 이범호 감독이 투수 코치 대신 직접 마운드에 올라 양현종에게 의사를 물었다. 양현종은 투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후 두 번의 내야 안타로 추가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양현종은 기어이 아웃카운트 3개를 채우고 승리 요건을 갖췄다.

6회초 KIA 벤치는 양현종 대신 김승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이닝 시작 직전에 또 다시 굵은 빗줄기가 그라운드를 적셨다. 다시 긴 기다림이 이어진 끝에 심판진은 강우 콜드 게임을 선언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현종은 시즌 9승(3패)을 기록 중이었다. 두 자릿수 승수를 눈앞에 둔 상황, 팀 타선이 넉넉한 득점 지원을 하면서 승리 요건을 만들어준 터였다. 양현종 입장에선 눈앞에 어른거리는 승리를 그냥 놓치기 아쉬운 상황이었다. 자신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을 때 불펜에 가해질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날 승부가 주중 첫 경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선발 투수의 긴 이닝 소화가 필요했다.

이날 승부가 강우 콜드 게임 처리되면서 양현종은 시즌 10승 및 올 시즌 3번째 완투승을 기록하게 됐다. 승리 뿐만 아니라 '에이스의 책임감'까지 두 마리 목표를 다 잡은 밤이었다.

양현종은 "비로 중단된 상황에서 팀이 크게 리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단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더 던지고 싶었다"며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1시간 정도 길게 쉬다 보니 조금 버거운 느낌이 있었다. 다음 등판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 벤치의 교체 결정이 나면 따르려고 한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의 대화에 대해선 "오래 쉬었기 때문에 계속 던지면 부상이 올까봐 염려가 된다고 하셨다. 괜찮다고 답했고 5회를 마무리 짓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시즌 초반 구상했던 선발 로테이션에서 나 혼자 남게 되었는데 당연히 부담이 느껴진다.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내 컨디션도 매우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조금씩 끌어올려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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