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하면 잊을 수 없는 마성의 사나이 '봉열사'..."한 경기 위해 이틀 걸려 날아왔어요" [홋카이도 현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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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7-22 09:14 | 최종수정 2024-07-22 15:46


일본하면 잊을 수 없는 마성의 사나이 '봉열사'..."한 경기 위해 이틀…
21일 일본 홋카이도 에스콘필드에서 열린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 훈련. 봉중근, 권혁, 박석민, 김태균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홋카이도(일본)=사진공동취재단/2024.07.21/

[홋카이도(일본)=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 경기를 위해 이틀 걸려 미국에서 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레전드들이 벌이는 꿈의 경기,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게임'이 22일 일본 홋카이도 에스콘필드에서 열렸다.

김인식 감독을 필두로 이종범, 구대성, 서재응 등 왕년의 스타들이 경기를 위해 21일 홋카이도에 입성했다.

적응 훈련을 위해 에스콘필드에 선수단이 들어서는 순간, 반가운 얼굴이 그들을 맞이했다.

'봉열사' 봉중근이었다. 김 감독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한 봉중근은 다른 동료들과도 오랜만에 만났는지,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봉중근은 은퇴 후 해설위원 등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던 중 2022년 여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에서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IMG 아카데미는 1년 학비만 억대인, 스포츠 인재 양성에 관한 세계 최고의 사학 기관으로 손 꼽힌다. 야구 뿐 아니라 축구, 농구,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에서 최고의 유망주들이 체계적인 프로그램 속에 성장하고 있다.


훈련 후 만난 봉중근은 "이 경기를 위해 이틀 걸려 미국에서 날아왔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근황을 묻자 그는 "IMG 야구 아카데미 고등부 감독 일을 하고 있다. 우리 팀에 고등학생인데 구속 157km 나오는 선수도 있고, 매년 메이저리그에 꾸준히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봉중근의 아들도 IMG 아카데미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어떻게 낯선 곳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게 됐을까.

봉중근은 "우연한 기회로 이력서를 제출했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걸 엄청 높게 평가해준다"고 설명했다.

봉중근은 신일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 빅리거로 메이저 무대를 밟은 좌완 특급. 이후 LG 트윈스로 돌아와 선발과 마무리로 전천후 활약을 했었다.

국가대표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이었으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2006년 1회, 2009년 2회 대회 연속으로 출전했다.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 '봉열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었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당시 첫번째 한일전에서 대패한 김인식 호는 2번째 한일전에 볼 끝이 좋고 메이저리그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봉중근을 선발로 내세웠다. 대성공이었다. 봉중근을 앞세운 한국은 일본에 1대0 완봉승을 거뒀다. 이후 2라운드에서의 3번째 한일전에도 봉중근을 선발로 내세워 4대1 승리를 수확했다. 봉중근은 특히 일본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일고 시절부터 우상으로 여겼던 이치로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견제 모션을 취하자 이치로가 움찔하며 1루로 귀루하는 모습은 두고 두고 야구팬들 사이에 회자 됐다. '봉의사' '봉열사'란 별명이 붙게된 사건이었다. 봉중근은 일본과의 5번째 대결이자 결승전에 선발 등판,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연장 10회에 임창용이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허용하며 3대5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봉중근은 이 대회를 통해 확실한 일본킬러이자 스타로 자리매김 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가 본업에 집중할 거라는 봉중근.

친선 경기여도 일본전 하면 봉중근 아닌가라는 말에 "내가 나가면 망한다. 난 뒤에서 준비하겠다"고 유쾌하게 받아쳤다.


홋카이도(일본)=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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