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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마이너리그에서 고군분투 중인 고우석의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다.
물론 고우석 뿐만 아니라 이들 3명의 야수들도 메이저리그 데뷔가 늦춰지고 있기는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셋 모두 각각 싱글A와 더블A에서 타격이 신통치 않다. 당장 메이저리그로 불러 올릴 실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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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은 내년 225만달러의 연봉을 받고, 2026년에는 300만달러에 상호옵션을 걸었는데 바이아웃은 50만달러다. 그런데 고우석은 지명할당 조치를 거쳐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의미가 없어졌다. 마이애미는 내년 225만달러 연봉을 그대로 지급하되 빅리그로 불러올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런 규정을 염두에 두고 고우석을 빅리그 전력에서 제외했다는 점에서 향후 트레이드 또는 조건없는 방출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고우석은 올시즌 후 오프시즌 동안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연봉이 보장된 만큼 계약대로 내년 시즌을 그대로 준비할 가능성이 있으나, KBO 유턴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문제는 고우석이 지금 트리플A에서 좀처럼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5일 샬럿 나이츠(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와의 경기에 구원등판해 1이닝 동안 솔로홈런 두 방을 맞고 2실점했다. 올해 미국 야구에 데뷔한 이후 한 경기에서 처음으로 피홈런 2개를 기록한 것이다. 홈런 하나는 커브가 가운데로 떨어지면서 맞았고, 다른 하나는 밋밋한 직구가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LG 트윈스에서 7년을 던지는 동안 354경기에서 딱 한 번 겪었던 2피홈런의 수모를 미국으로 건너간 뒤로는 4개월 만에 맛봤다. 트리플A 평균자책점이 4.29로 치솟았다. 빅리그 관계자들이 보기 민망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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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은 94.8마일이고, 트리플A 불펜투수들은 93.6마일이다.
구속 저하의 원인이 적응력이나 시즌 준비 부족 때문이라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지만, 노쇠화 또는 부상 때문이라면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없다. 1998년 생이니 나이는 '논외'라고 봐야 하고, 결국 부상이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투구폼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구속 감소보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멘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클로저가 태평양을 건너 의욕적으로 시작해보려 했는데 개막로스터 탈락, 트레이드와 방출대기 등 예상치 못한 격동의 시간 속에서 '동기부여'를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과 의욕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버티고 여전히 강속구를 뿌린다면 희망이 보이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해도 고우석은 돌아갈 곳이 있다. 내년 2월 이후에는 본인이 원하면 LG에 재입단할 수 있다. 언제가 됐든 '섭섭치 않은' 대우로 LG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될 것이다. 앞서 미국 야구를 경험한 거의 모든 '유턴파'들이 그랬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던지지 않고 돌아온 윤석민도 4년 90억원을 받았다.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두고 볼 일이고, 마이애미가 올시즌이 끝나기 전 한 번은 부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때가 되면 뭐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