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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소감을 준비해 본 적이 없어서…."
데뷔 첫 승리투수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이날 두산 선발 투수는 이영하. 3⅓이닝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실점은 없었지만, 4회 1사 후 연속 볼넷이 나왔다.
김호준은 홍창기에게 안타를 맞으며 2루 주자의 홈인을 허용했다. 하지만, 박해민과 김현수를 모두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승계주자를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LG의 추격 흐름을 끊어내기에는 충분했다.
고비를 넘긴 두산은 5회말 3점을 내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5회를 채우지 못한 선발 이영하 대신 김호준에게 이날 승리투수의 영광이 돌아갔다.
김호준은 KBO리그 최고 좌완 김광현(SSG)을 배출한 안산공고를 졸업했다. 중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에이스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그였지만, 부상이 이어지면서 결국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에 독립 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로 향했다. 차근차근 몸을 다시 만들어갔고, 결국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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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을 해결한 그는 처음 2023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3경기에서 3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좌완투수가 부족했던 김호준은 기대주 중 한 명이었다. 올 시즌 이전보다 확실하게 안정적인 피칭을 하기 시작한 그는 1군에서 자리를 만들었다. 이날 경기 포함 8경기에서 7이닝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며 두산의 좌완 갈증을 해소했다.
앞선 피칭보다는 아쉬움이 남았던 피칭. 그러나 첫 승은 이전 활약에 대한 보상과 같았다. 경기를 마친 뒤 김호준은 "소감을 준비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고 머쓱해했다.
절박했던 순간이 먼저 떠올랐다. 김호준은 "지난해 어깨가 안 좋아서 비시즌에 통증을 잡기 위해 센터를 세 군데나 돌아다녔다. 그렇게 통증을 잡고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었는데, 트레이닝 파트와 투수코치님들께서 꾸준히 신경을 써주시며 관리해주셨다"라며 "항상 꿈꿔오기만 했던 첫 승 순간인데, 막상 현실이 되니 실감이 안 난다. 기쁘기도 하면서 울컥하기도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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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이라는 결과물을 얻기까지 가장 든든했던 지원군은 부모님이었다. 미지명된 김호준이 독립구단에서 뛸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의 지원 덕분이었다. 김호준은 "제일 생각나는 분은 아무래도 부모님이다. 야구하는 아들 뒷바라지 하신다고 독립리그 시절부터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 오늘 밤 꼭 감사인사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