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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솔직히 표정 관리가 안 된 거 같아요."
류현진에게는 이날 경기를 명예회복의 무대였다.
지난 11년 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류현진은 첫 3경기 등판을 아쉬움으로 마쳤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서는 3⅔이닝 5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29일 대전 KT 위즈저넹서는 6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이 침묵했다.
머리도 다듬는 등 심기일전해 임한 경기. 류현진은 왜 메이저리그에서 78승을 거뒀던 투수인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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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말에는 첫 타자 장승현을 3구 삼진으로 끝냈고, 김대한을 우익수 뜬공, 김태근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다.
4회말에도 무피안타로 이닝을 마친 류현진은 5회말 2사에 김기연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김대한을 9구의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6회말 천하의 류현진이 당황했던 순간이 있다. 1사 후 허경민이 우익수 방면으로 뜬공을 날렸다. 평범했던 뜬공 타구.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도 여유있게 따라갔다. 그러나 페라자는 글러브에 제대로 공을 포구하지 못했고, 결국 공은 땅에 떨어졌다.
급하게 공을 내야로 던진 뒤 수비 위치로 돌아온 페라자는 모자를 벗고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했다.
페라자는 올 시즌 16경기에서 타율 3할6푼1리 6홈런을 기록한 한화의 '복덩이 외인'. 최근 타격감이 떨어졌지만, 최원호 한화 감독은 "타자들은 사이클이 왔다갔다한다"라며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홈런을 칠 때면 남다른 '배트 플립'으로 분위기를 올리는 등 평소 남다른 흥과 끼를 보여줘왔다. 그러나 방심으로 나온 실책은 스스로도 용납이 안 되는 모습이었다.
'칼날제구'를 뽐내던 류현진은 이후 폭투를 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내 제 페이스를 찾았다. 양의지와 김재환을 모두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페라자는 글러브 뒤에 한 손을 가져다 대는 등 실책을 만회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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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KBO 복귀 4경기 만에 첫 승을 품었다. 아울러 2012년 9월25일 이후 잠실 두산전 이후 4216일 만에 KBO리그 승리를 잡았다. 개인 통산 전적은 99승5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5가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이 완벽한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주면서 복귀 첫승과 함께 팀의 연패를 끊어줬다. 정말 노련한 피칭이었다"라며 "불펜에서도 장시환, 한승혁, 주현상이 좋은 구위로 승리를 지켜줬다.타격에서는 안치홍 선수를 칭찬하고 싶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최근 컨디션이 오르는 모습이었는데 오늘도 팀이 필요한 상황에서 좋은 타격으로 승리에 보탬이 됐다"고 승리를 이끈 선수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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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나 제구 모두 만족감을 내비쳤던 류현진은 페라자의 실책 상황 이야기가 나오자 "그 때 솔직히 표정 관리가 안 된 거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류현진은 "중심 타선으로 이어졌던 만큼, 더 집중하려고 했다. 마지막 두 타구가 거기(페라자)로 갔다. 페라자도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나보다 더 집중했을 거 같다"고 웃었다.
승리를 거뒀기에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순간. 류현진은 다시 한 번 페라자를 향해 '뒤끝'있는 농담도 던졌다. 초반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야수진 이야기가 나오자 류현진은 "그런 플레이(호수비)가 나오면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감사하다.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도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페라자 빼고 좋은 거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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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통산 99승을 거둔 류현진은 오는 1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00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100승은 류현진이 탐난다고 할 정도로 목표인 승수다. 류현진은 "매경기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오늘처럼 선발투수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면 100승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1회 올라갈 때부터 내려가기 전까지 항상 똑같이 준비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