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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괜찮을겁니다."
오승환은 호들갑 떨지 않는다. 오버 하지 않는다. 대기록 앞에서도, 큰 경기 앞에도 늘 덤덤하기만 한, 그래서 일찌기 '돌부처'란 별명으로 불리던 사나이.
이 정도 톤이면 제법 강한 긍정이었다. 그래서 큰 의심 없이 믿었다. 2024 시즌, 끝판왕의 완벽 부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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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23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개막전부터 오승환은 듬직하게 빛났다.
임창민 김재윤에 이어 2-2로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연장 10회까지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지키며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 타선이 10회 4득점 하며 6대2 개막전 승리를 품에 안았다. 구단 측정 최고 구속 148㎞의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타이밍을 빼앗았다. 자신감 넘치는 정면승부로 19구 만에 2이닝을 삭제했다.
개막 두번째 경기는 쉴 거라고 생각했다. 삼성 타선이 대폭발 하며 9회초까지 11-1로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불펜B조가 가동됐다. 하지만 9회말 사달이 났다. 뒤늦게 타선이 깨어난 KT에 대거 7실점을 했다.
순식간에 11-8까지 쫓겼다. 만에 하나 역전패 하면 그야말로 '재난적' 상황이 될 절체절명 위기 상황.
2사 주자 2루. 오승환이 부랴부랴 준비해 마운드에 올랐다.
거침 없이 불 타오르던 KT 타선. 가뜩이나 타석에는 큰 것 한방을 칠 수 있는 베테랑 황재균이 서있었다.
오승환은 당황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5구 만에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그걸로 경기는 끝. 무려 15년 만의 개막전 싹쓸이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2경기 2⅓ 이닝 동안 1안타 무4사구 무실점으로 1승 1세이브. 한 걸음 한 걸음이 살아있는 역사인 그의 기록. 통산 401세이브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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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라고 표현들을 하시지만, 결국 이 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 선수들이 각자 노력을 더 하는 부분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팀의 1승을 위해 다 같이 뛰고, 노력하는 건데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그런 경쟁이라는 말은 사실 좀 어색하지만 그러면서 팀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모두 좋은 에너지를 다 받고 있고요."
하지만 오승환이 의식하는 경쟁자는 김재윤이 아니다.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열망. '그 나이에 되겠어?' 하는 의구심, 선입견과의 싸움이다. 결국 넘어야 할 건 자기 자신이다.
"저는 '어떤 선수를 이겨야겠다' 이런 것보다 '이제는 좀 내려놔도 되겠다' 주위의 그런 시선이 너무 싫거든요. 제가 유니폼을 입고 이렇게 운동장에서 뛸 때 만큼은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 이런 얘기가 좀 안 나오게끔 하고 싶어요. 제가 스스로를 극복해야 또 저 같은 선수가 나올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런 면과 싸우려는 마음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