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30년이 지나고,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이 경기가 열리기까지, 선구자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박 고문이다. 1994년 국민들에 메이저리그가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 혈혈단신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타이틀을 달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저스의 에이스로 승승장구 했다. 동양인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 바로 박 고문이었다. 박 고문과 동료였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 열풍에 동양인 선수들에게도 메이저리그 문이 열렸다.
그 의미를 살려 메이저리그는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시구자로 박 고문을 선정했다. 박 고문은 시구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이저, 마이너리그가 뭔지도 모르고 미국에 갔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힘든 시간들을 거쳤고,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성장했다. 내가 맺은 결실로, 30년 후 한국에서 이런 역사가 만들어진 것에 감명 깊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오늘 아침부터 일어나 많은 생각을 했다. 시구로 공 1개를 던지는데, 1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된다. 30년 전에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박 고문은 IMF 시절 당시 자신을 응원하며 전국민이 하나가 되던 시절을 돌이키며 "다저스라는 팀이 나를 통해 처음 한국팬들에게 알려졌다. 한국 국민들에게는 다저스가 첫사랑같은 존재일 것이다. 나에게도 다저스는 첫사랑, LA는 내 고향같은 곳"이라고 밝혔다.
박 고문은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냈지만, 현재는 샌디에이고 소속이다. 공교롭게도 그 두 팀이 맞붙게 됐다. 박찬호는 "오늘 어떤 팀이 이겨야 한다는 건 없다. 그저 이 경기가 한국에서 펼쳐진다는 게 중요하다. 양팀이 월드시리즈처럼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고문은 이날 시구를 위해 고향 공주에 있는 자신의 박물관에서 글러브를 꺼내왔다. 30년 전 미국에서 처음 야구를 할 때 쓴 글러브다. 박 고문은 "30년 만에 이 글러브를 다시 낄 줄 몰랐다. 기쁘다. 한국야구가 30년 동안 너무 많은 발전을 했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 메이저리그가 뭔지도 모르고 컸다.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꿈꾸며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박 고문은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를 절반씩 합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섰다. 힘차게 시구를 한 뒤,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격한 포옹을 나누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