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만든 역사, 감격의 서울시리즈 시구..."30년 전, 이런 일이 일어날거라 상상도 못했다" [고척 현장]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4-03-20 17:32 | 최종수정 2024-03-20 18:06


박찬호가 만든 역사, 감격의 서울시리즈 시구..."30년 전, 이런 일이…
사진=김용 기자

[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30년이 지나고,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고문이 역사의 현장, 시구자로 나서게 된 감격 소감을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시즌 공식 개막전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 메이저리그가 해외 투어를 여러 차례 추진해왔지만, 그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이 결정된 건 그만큼 한국 야구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메이저리그도 한국 시장에 매력이 있고, 서울에서 경기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여러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 '서울시리즈'를 기획했을 것이다.

이 경기가 열리기까지, 선구자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박 고문이다. 1994년 국민들에 메이저리그가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 혈혈단신 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타이틀을 달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저스의 에이스로 승승장구 했다. 동양인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 바로 박 고문이었다. 박 고문과 동료였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 열풍에 동양인 선수들에게도 메이저리그 문이 열렸다.

그 의미를 살려 메이저리그는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시구자로 박 고문을 선정했다. 박 고문은 시구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이저, 마이너리그가 뭔지도 모르고 미국에 갔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힘든 시간들을 거쳤고,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었다. 그러면서 성장했다. 내가 맺은 결실로, 30년 후 한국에서 이런 역사가 만들어진 것에 감명 깊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오늘 아침부터 일어나 많은 생각을 했다. 시구로 공 1개를 던지는데, 1경기를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된다. 30년 전에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찬호가 만든 역사, 감격의 서울시리즈 시구..."30년 전, 이런 일이…
박찬호가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서울시리즈 시구를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0/
박 고문은 "30년 전에는 나 혼자였다. 그런데 노모와 내가 동양의 문을 활짝 열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선수들을 보면 박찬호, 노모의 나무가 튼튼히 자라 열매가 맺어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고문은 IMF 시절 당시 자신을 응원하며 전국민이 하나가 되던 시절을 돌이키며 "다저스라는 팀이 나를 통해 처음 한국팬들에게 알려졌다. 한국 국민들에게는 다저스가 첫사랑같은 존재일 것이다. 나에게도 다저스는 첫사랑, LA는 내 고향같은 곳"이라고 밝혔다.

박 고문은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냈지만, 현재는 샌디에이고 소속이다. 공교롭게도 그 두 팀이 맞붙게 됐다. 박찬호는 "오늘 어떤 팀이 이겨야 한다는 건 없다. 그저 이 경기가 한국에서 펼쳐진다는 게 중요하다. 양팀이 월드시리즈처럼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 고문은 이날 시구를 위해 고향 공주에 있는 자신의 박물관에서 글러브를 꺼내왔다. 30년 전 미국에서 처음 야구를 할 때 쓴 글러브다. 박 고문은 "30년 만에 이 글러브를 다시 낄 줄 몰랐다. 기쁘다. 한국야구가 30년 동안 너무 많은 발전을 했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 메이저리그가 뭔지도 모르고 컸다.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꿈꾸며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박 고문은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를 절반씩 합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섰다. 힘차게 시구를 한 뒤, 다저스 시절 동료였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격한 포옹을 나누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