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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앞으로는 다저스전처럼 던지지 않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다. 고졸 신인이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키움 지명을 받았다. 키움은 손현기를 지명할 당시 '투수로서 이상적인 키(1m88)고, 직구 구위 하나는 신인 지명 대상자 중 최상위권이다. 슬라이더 구속과 각도 모두 우수하다'라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했었다.
키움의 기대대로 손현기는 19세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150km 가까운 강속구를 때린다. 폼도 좋고, 공이 시원시원하다. 가능성을 알아본 홍원기 감독은 시범경기 등판을 시키며, 즉시 전력감으로 키우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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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아웃맨에게 안타, 제이슨 헤이워드에게 희생플라이, 개빈 럭스에게 안타, 크리스 테일러에게 안타, 헌터 페두시아에게 안타, 프레디 프리먼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키움은 경험을 위해 손현기를 마운드에 놔뒀지만, 어린 투수는 너무 외롭게 마운드에서 홀로 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손현기를 만났다. 앳된 얼굴. 그는 "경기 전날 2번째 투수로 나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설레기도 했고, 긴장도 많이 됐다. 마운드에 오르니 떨렸다. 내 걸 다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 뿐이다. 처음에 스트라이크가 안들어가니, 집어넣으려고 공을 던졌다. 그러니 안타를 많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손현기는 "고등학교 때도 원래 제구가 좋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 시범경기에서 4이닝 동안 볼넷을 1개밖에 안줬다. 그런데 다저스전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경기가 돼버렸더"고 힘없이 말했다.
다저스도 다저스지만, 손현기는 아직 프로 데뷔를 하지 못한 신인이다. 고척돔에 선 것도 처음이고,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진 것도 처음이었다. 어린 선수가 이겨내기 힘든 조건인 게 분명했다. 문제는 이 경험을 아픔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신감을 잃고 들어가면,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 다저스전 여파였을까. 19일 LG전에서도 제구 불안에 난타를 당했다. 자신감을 갖고 이겨내야 한다. 이 아픔이 훗날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손현기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저스전 영상을 다시 볼 것이다. 뭐가 문제였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앞으로 다저스전처럼 자신 없게 던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