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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홈런보다 더 무서운 건 타구 속도와 발사각.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 첫 스프링캠프, 첫 시범경기다. 모든 게 낯설다. 그런데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 홈런이 나왔다, 심각하게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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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원정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들은 시범경기 초반 원정을 잘 가지 않는다. 홈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이정후는 원정까지 갔다. 물론, 애리조나 홈구장이 스코츠데일 스타디움과 멀지 않은 곳이기는 하다. 그래도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구장에서 아랑곳 하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는 게 환경적 요인에 전혀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적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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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1회 첫 타석 상대 선발 라인 넬슨으로부터 2루타를 뽑아냈다. 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넬슨이 던진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라인드라이드 타구를 만들었다. 상대 우익수 키를 넘기는 장타. 2루타가 됐다. 시애틀전 첫 안타 때도 2S 상황서 컨택트 능력을 발휘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3회에는 홈런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넬슨을 상대했다. 1B2S 상황서 넬슨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4구째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이정후의 타구는 탄도가 낮다. 의도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힘이 실려 뻗어나가면 담장을 넘기기 충분하다. 연습 타격 때도 이를 잘 보여줬다. 이정후는 "의도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든다. 홈런은 그러다 나오는 것"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날도 타구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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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홈런을 노리는 타자가 아니다. 스스로 얘기한다. 자신은 일부러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현지에서 실시한 배팅 훈련을 지켜보니 타구 30개 중 25개 정도가 의도된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빗맞은 타구는 5개 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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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도 이정후에게 20~30개의 홈런을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 더 원하는 건 빠른 타구와 빠른 발로 만드는 장타다. 1번타자로 출루율을 높여주면 이정후의 가치는 폭등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