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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외야에 꽂혔다' 미친 발사각-타구 속도, 이정후에게 홈런은 큰 의미가 없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4-03-01 16:08


'미사일이 외야에 꽂혔다' 미친 발사각-타구 속도, 이정후에게 홈런은 큰…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라이브 배팅에 나선 이정후가 스윙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 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0/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홈런보다 더 무서운 건 타구 속도와 발사각.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초대박'의 조짐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이정후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앳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에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를 쳤다. 그런데 그 2안타가 모두 장타. 2루타에 홈런이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 첫 스프링캠프, 첫 시범경기다. 모든 게 낯설다. 그런데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 홈런이 나왔다, 심각하게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사일이 외야에 꽂혔다' 미친 발사각-타구 속도, 이정후에게 홈런은 큰…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라이브 배팅에 나선 이정후가 스윙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 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0/
이정후는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 캠프에 입성했다. 이후 훈련을 통해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우측 옆구리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첫 실전 스타트를 앞두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알 배김 정도"라고 했던 이정후의 말을 믿어야 했다. 구단, 밥 멜빈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천천히 실전을 준비한 이정후는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모두의 관심이 모인 경기. 이정후는 상대 올스타 투수 조지 커비를 상대로 첫 타석 안타를 치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미사일이 외야에 꽂혔다' 미친 발사각-타구 속도, 이정후에게 홈런은 큰…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라이브 배팅에 나선 이정후가 스윙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 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0/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실전인 애리조나전에서 전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6년 1억1300만달러(약 1510억원) 몸값이 '거품'이라는 현지 지적에 제대로 반격타를 날렸다. 한국에서 온 신인 야수가 두 번째 실전에서 홈런, 2루타를 쳤다는 건 놀라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원정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들은 시범경기 초반 원정을 잘 가지 않는다. 홈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이정후는 원정까지 갔다. 물론, 애리조나 홈구장이 스코츠데일 스타디움과 멀지 않은 곳이기는 하다. 그래도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구장에서 아랑곳 하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는 게 환경적 요인에 전혀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적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미사일이 외야에 꽂혔다' 미친 발사각-타구 속도, 이정후에게 홈런은 큰…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이정후가 주루훈련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 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0/

이정후는 1회 첫 타석 상대 선발 라인 넬슨으로부터 2루타를 뽑아냈다. 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넬슨이 던진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라인드라이드 타구를 만들었다. 상대 우익수 키를 넘기는 장타. 2루타가 됐다. 시애틀전 첫 안타 때도 2S 상황서 컨택트 능력을 발휘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3회에는 홈런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넬슨을 상대했다. 1B2S 상황서 넬슨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4구째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이정후의 타구는 탄도가 낮다. 의도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힘이 실려 뻗어나가면 담장을 넘기기 충분하다. 연습 타격 때도 이를 잘 보여줬다. 이정후는 "의도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든다. 홈런은 그러다 나오는 것"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날도 타구에 힘이 실렸다.


'미사일이 외야에 꽂혔다' 미친 발사각-타구 속도, 이정후에게 홈런은 큰…
2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라이브 배팅에 나선 이정후가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2/
타구 속도가 109.7마일이 나왔는데, 미사일 같이 날아가 외야 펜스를 넘어갔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176.5km의 총알 타구였다. 그리고 중요한 건 발사각. 18도였다. 보통 홈런 타구가 뜨는 것봐 비교하면 이정후의 타구는 펜스를 직격할 것 같은 일직선 타구였다. 보통 홈런은 발사각 20도에서 30도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그래야 비거리가 확보된다. 그런데 비거리고 무려 127.4m가 나왔다. 발사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대로 힘이 실린 타구라는 것이었다.

이정후는 홈런을 노리는 타자가 아니다. 스스로 얘기한다. 자신은 일부러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현지에서 실시한 배팅 훈련을 지켜보니 타구 30개 중 25개 정도가 의도된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빗맞은 타구는 5개 미만이었다.


'미사일이 외야에 꽂혔다' 미친 발사각-타구 속도, 이정후에게 홈런은 큰…
2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현장, 이정후가 라이브 배팅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2/
홈런보다 외야 수비 사이를 가르는 2루타, 3루타성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사각을 낮추는 대신 타구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홈런은 그런 스윙에서 정말 잘 맞았을 때 '보너스' 개념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날 이정후의 첫 홈런보다 중요시 봐야 하는 게 그래서 발사각과 타구 속도다.

샌프란시스코도 이정후에게 20~30개의 홈런을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 더 원하는 건 빠른 타구와 빠른 발로 만드는 장타다. 1번타자로 출루율을 높여주면 이정후의 가치는 폭등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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