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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한 고교야구 경기에선 양팀 합계 볼넷이 30개 이상 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스트라이크존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학생 선수들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많은 숫자.
올 시즌 KBO리그에 도입될 ABS의 쟁점은 '완벽성'에 맞춰져 있다.
KBO가 2020년부터 4년 간 퓨처스(2군)리그에 ABS를 시범도입했으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판정도 더러 있었다는 것. 스트라이크존 앞에서 낙차가 크게 떨어지는 공이나 위-아래로 걸쳐 들어오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경우가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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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도입 이후 야구계에선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인 면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매 이닝마다 100% 일관될 수 없는, 사람이 하는 판정보다 기계식 판정이 양팀 모두에게 공평할 거란 주장이다. 매번 반복됐던 판정 시비 논란과 그로 인한 감정 소모가 줄어드는 것 만으로도 경기에는 도움이 될 거란 의견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런 ABS 적용 후에도 KBO리그 볼넷 숫자가 과연 줄어들 수 있느냐 여부다.
KBO는 2022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을 확대 적용했다. 잇단 국제대회 부진 및 투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 2022시즌 페넌트레이스 720경기에서 나온 볼넷 숫자는 총 4930개, 9이닝 당 평균 볼넷 숫자는 3.45개였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확대 2년 차인 2023시즌 총 볼넷 숫자는 5140개, 9이닝 당 평균 볼넷 숫자는 3.60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투수 평균자책점도 4.06에서 4.14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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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걸치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에 보다 적극적인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설 공산이 크다. 제구가 유리한 투수들이 이득을 볼 수도 있으나, 이런 타자의 노림수를 파고 들려다 오히려 ABS에 의해 볼넷이 양산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특히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공이 ABS에 의해 볼 판정을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무너지게 되는 상황이 시즌 초반에 적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시즌을 준비하는 포수들이 투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프레이밍을 유지하려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올 시즌 마운드의 관건은 '컴퓨터 제구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ABS 도입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는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하고, 미세한 차이로 스트라이크-볼을 가르는 ABS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제구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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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