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아시아 출신 선수가 메이저리그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다는 건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다. 특히 투수의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과 타자의 타율, 홈런, 타점 등 트리플크라운에 해당하는 주요 타이틀은 '언감생심'이었다.
다르빗슈 유도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277탈삼진으로 이 부문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그 해 양 리그를 합쳐 1위였다. 덕분에 AL 사이영상 투표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맥스 슈어저에 이어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
|
타자 쪽에서는 스즈키 이치로가 단연 돋보인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그는 곧바로 메이저리그 정복의 꿈을 이뤘다. 타율 0.350, 242안타, 127득점, 56도루를 마크하며 AL 신인왕 및 MVP를 석권하는 역사를 썼다. AL 타격 1위가 바로 이치로였다. 그는 2004년에도 타율 0.372를 올려 양 리그 통합 타격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역대 한 시즌 최다인 262안타를 터뜨리며 1920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 조지 시슬러가 세운 257안타를 84년 만에 깨트렸다.
|
동양 최고의 파워히터 마쓰이 히데키도 2003년 양키스에 입단한 뒤 홈런 부문서 타이틀은 커녕 '톱10'에 오른 적이 없다. 마쓰이가 2004년에 터뜨린 31홈런이 아시아 출신 타자로는 최고 기록이다.
그런데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아시아 출신 최초의 홈런왕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1901년 NL과 AL 체제의 메이저리그가 출범한 이후 최초의 동양인 홈런왕이라는 역사가 쓰여지는 것이다.
지난 20일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 마감한 오타니는 AL 홈런 순위에서 여전히 1위다. 그가 마지막으로 홈런을 날린 것은 한 달 전인 8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이다. 1회말 상대 앤드류 애보트의 92.9마일 한복판 직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442피트짜리 우중월 투런홈런을 작렬했다.
시즌 44호 홈런이다. AL 홈런 2위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시카고 화이트삭스)는 37개로 오타니에 7개나 적다. 남은 9경기에서 오타니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다만 오타니는 2021년 작성한 자신의 최고 기록인 46홈런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했다. 그리고 부상으로 중단된 타점 부문 타이틀 사냥도 아직은 숙제로 남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