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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다 나았는데…" 소집 하루 전 느닷없는 통보, 이의리 교체 정말 부상이 문제였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9-22 15:13


"다 나았는데…"  소집 하루 전 느닷없는 통보, 이의리 교체 정말 부상…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강판되는 모습을 류중일 AG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정말 부상이 문제였나.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이 또 한 번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대표팀은 22일 투수 이의리를 교체한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이의리가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교체 사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부상 회복 중'이라고 지적한 이의리는 하루 전 마운드에서 공을 뿌렸다. 이의리는 2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10일 손가락 물집 증세로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 뛴 이의리는 열흘 만에 복귀했다. 대표팀 설명대로 '부상 회복 중'이라면 이의리가 이날 공을 던질 일은 없었고, KIA는 몸이 다 낫지도 않은 선수를, 그것도 국제대회 출전을 앞둔 대표팀에 갈 선수를 마운드에 올린 셈이다. KIA는 "이의리의 몸 상태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집도 아물었다"고 밝혔다.


"다 나았는데…"  소집 하루 전 느닷없는 통보, 이의리 교체 정말 부상…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한화전에서 이의리는 아웃카운트 5개를 잡는 동안 2안타 3볼넷 3탈삼진 5실점(4자책점)한 채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왔다. 내용 면에서 썩 좋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 이의리의 조기퇴근은 투구 수 조절에 맞춰져 있었다. KIA 김종국 감독은 이의리의 등판에 앞서 "30~40개만 던지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부상 복귀 후 첫 등판인 것과 다가올 대표팀 소집 전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이의리는 김 감독이 밝힌 한계치인 40개보다 많은 45개의 공을 던지고 벤치로 향했다.

이날 현장엔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이 이의리의 투구를 지켜봤다. 이의리 외에도 대표팀 합류를 앞둔 노시환(한화) 최원준(KIA)도 이날 경기에 나섰지만, 이들의 포커스는 부상 회복 후 선발 등판한 이의리의 투구에 맞춰져 있다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현장 점검 하루 뒤 나온 이의리 교체, 어떻게 봐야 할까.


"다 나았는데…"  소집 하루 전 느닷없는 통보, 이의리 교체 정말 부상…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류중일 AG대표팀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대표팀이 밝힌 교체 사유를 돌아보면 '부상 회복 중'이라는 이유보다는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좀 더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표팀은 21일 구창모를 김영규(이상 NC)와 교체하면서 "다른 선수 중 부상 영향으로 경기력이 저하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 추가 교체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구창모 교체 시점부터 이의리의 교체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열어두고 최종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가 국제대회 출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도 '부상이 아닌 부진으론 교체할 수 없다'는 게 기조였다. 하지만 이번 이의리 교체는 부진이 결정적 역할을 한 모양새다. 대표팀 스스로 원칙을 저버리는 선택을 한 셈이다.


"다 나았는데…"  소집 하루 전 느닷없는 통보, 이의리 교체 정말 부상…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대표팀 감독 입장에선 확신이 서지 않는 카드를 안고 가기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소집 하루를 남겨두고 느닷없이 펙트에 맞지 않는 이유(부상)를 들어 교체를 통보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일생일대의 도전 여정을 하루 앞두고 낙마하게 된 선수에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아시안게임 소집을 염두에 두고 이의리의 몸 관리에 같히 신경쓴 KIA도 허탈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대표팀은 각 팀별로 선수 선발을 3명씩 선발하기로 했다. LG(고우석 문보경 정우영), NC(김형준 김영규 김주원), 삼성(김성윤 김지찬 원태인)이 기준점에 닿아 있다. 나머지 팀에서 대체 선수 선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피말리는 막판 순위 싸움이 전개 중인 와중에 소집 하루 전에 갑자기 선수를 내줘야 하는 구단은 사실상 '희생'을 강요당하는 셈이다. 교체 과정에서 명분까지 사라진 터라 더더욱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 출항도 하기 전부터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류중일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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