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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마무리 훈련 때 노시환(23)은 체중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마음고생을 했다. 일부 팬이 훈련 영상에 등장한 노시환을 두고 "야구 못하면서 살만 쪘다"고 했다. 사실 시즌 중과 비슷한 100kg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대전야구장에서 만난 노시환은 "야구를 잘 할 땐 체중 이야기가 없었다. 야구 잘 하면 체중 이야기가 안 나올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022년을 실패한 시즌, 수치스러운 한해로 규정한 노시환은 지난 가을부터 시작해 겨울, 봄까지 세 계절에 걸쳐 자신을 개조해 최고 타자로 거듭났다.
9일 KT 위즈전에서 노시환은 현 시점에서 KBO리그 최고타자라는 걸 확인했다. 1,3,8회 24,25,26호 홈런을 터트렸다. 체인지업, 빠른공, 슬라이더를 차례로 받아쳐 데뷔 첫 1경기 3홈런을 기록했다. 세 차례 홈런왕에 올랐던 SSG 랜더스의 대선배 최정(36)을 5개차로 제쳤다. 홈런 생산에 가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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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홈런 페이스가 매우 좋다.
8월 4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8일 KT전까지 5경기에서 5개를 때렸다. 지난 해 6개를 기록했는데, 지난 10경기에서 6개를 터트렸다. 이 기간에 10타점을 추가해 71타점. 최정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현재 타격감을 이어가면 남은 50경기에서 13.8개를 추가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40홈런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9월 말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이 예정돼 있어 후반기 출전이 어렵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전까지 좋은 분위기를 끌고가야 한다.
홈런을 때리고 쌓을 때마다 '전설'들이 소환된다. 영원한 홈런왕 장종훈(55), 김태균(41), 최정이다.
한화 출신 홈런왕은 '레전드' 장종훈과 김태균 둘뿐이다. 장종훈이 빙그레 시절인 1990~1992년 28개, 35개, 41개를 기록하며 3년 연속 1위를 했다. 한국프로야구에 40홈런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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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이후 15년 만의 홈런왕이 첫 번째 타깃이다. 지금같은 흐름으로 간다면 돌발변수가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영구결번 '레전드' 장종훈, 김태균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된다.
20홈런을 넘기고 "30홈런은 치고 싶다"했는데 바로 눈앞에 있다.
한화 소속 타점왕은 유승안, 장종훈 둘이다. 장종훈이 1990~1992년 3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한 후 맥이 끊겼다. 노시환이 타점왕이 된다면 한화 출신으로는 무려 31년 만의 영광이다.
대선배 김태균도 못 해본 타점 1위다. 노시환은 9일 현재 66타점을 기록중인 최정, 오스틴 딘(LG 트윈스)에 5개 앞서 있다.
또 한명의 '큰산'이 있다. 역대 최고 3루수 최정이다. 홈런왕 경쟁자이기도 최정은 골든글러브를 8차례 수상했다. 한대화 전 한화 감독과 함께 3루수 최다 수상이다. 올 시즌 노시환이 하늘같은 대선배들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노시환이 홈런, 타점 1위에 오르면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13세 차 선후배간의 세대교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지난 해까지 최정과 노시환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는데, 세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홈런,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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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은 KBO리그 7월 MVP에 선정됐다. 2018년 5월 MVP를 받은 선배 정우람(38)을 소환했다. 한화 선수로는 5년 2개월 만의 수상이었다.
앞으로 오랫동안 전설들을 불러낼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나아간다면,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 김태균에 이어 영구결번 꿈을 이룰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