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감독님, 제가 끝까지 던져보겠습니다."
용마고가 0-3으로 지고 있던 7회초, 장현석은 2사 후 볼넷을 내줬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75구였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결승전에 등판하려면 여기까지였다. 진민수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장현석의 생각은 달랐다. 고교야구 전국대회는 토너먼트다. 여기서 지면 용마고의 청룡기는 끝이었다. 용마고는 1963년 야구부를 재건한 이래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다. 청룡기 결승전에 1번(1980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에 5번 올랐다가 준우승한 게 전부였다. 언제 또 장현석만한 투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지 않는다면 전체 1순위 신인이 유력한 그다. 이날 6⅔이닝 동안 단 3안타 4사사구 무실점으로 역투, 장충고 타선을 꽁꽁 묶었다. 최고 155㎞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변화구도 인상적이었다. 장현석의 1구1구가 포수 이진성의 미트에 꽂힐 때마다 기자실에서도 탄성이 흘렀다. 3회 1사에서 등판한 이래 9회초까지, 총 19개의 아웃카운트 중 14개가 삼진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용마고의 편이 아니었다. 초반에 내준 3점이 뼈아팠다. 용마고는 8회말 김선엽의 안타를 시작으로 상대 수비 실수, 차승준의 적시타, 권희재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2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다.
장충고의 견고한 마운드도 돋보였다. 선발 김윤하가 4⅔이닝을 3안타 무실점 8K로 지켰고, 두번째 투수 조동욱도 2⅓이닝 2안타 무실점 5K로 흐름을 이어갔다. 8회말 2점을 내주긴 했지만, 황준서도 2이닝 동안 역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장충고의 팀 삼진도 13개에 달했다.
|
경기 후 만난 장현석은 "대회 전에 '8강에서 보자'는 얘기를 했었거든요. 마침 만났고, 좋은 친구고, 우리 이겼으니까 이제 우승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재미있었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아쉬움과 더불어 자신의 몫을 다한 후련함이 엿보이는 미소였다.
7회 교체를 마다한데 대해서는 "장충고만큼은 제 손으로 한번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되는대로 끝까지 던지겠다, 오늘 경기를 제가 마무리짓겠다고 말씀드렸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구위는 좋았지만,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몇차례 수비 실책이 겹치며 흔들거리는 면모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6회초를 실점없이 마친 뒤 하늘을 향해 3차례 내지른 포효 덕분일까. 7~9회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던지는 포인트, 느낌을 조금 바꿨어요. 6~7회부터는 상체를 좀더 뒤로 잡아놓고 던진게 타이밍이 맞았던 거 같습니다. 손끝에서 공을 때리는 느낌이 좋았고, 제구도 되니까 더 자신있게 던졌습니다."
|
'쇼케이스'는 끝났다. 청룡기 무대를 통해 사실상 다 보여줬다. 1m90의 큰키에 탄탄한 체격, 이날 100구를 넘긴 체력, 명불허전 구위, 국내 원톱으로 꼽히는 에이전트까지. 장현석에게 남은 건 미국 진출 여부에 대한 답변 뿐이다.
신청제로 바뀐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려면 오는 8월 15일까지 신청 절차를 마무리하면 된다. 심준석(피츠버그 파이어리츠)처럼 드래프트 참가 대신 미국 진출을 선언할 수 있다.
장현석은 "지금 당장은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신청 마감 직전까지 고민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목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