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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직장인이 권위를 내려놓고 다시 현장에서 뛰는 모습은 아름답다. KBO리그의 현재 모습이다.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야구인들의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승패를 다퉈야 하는 적이지만, 모두가 야구로 맺어진 동료다. 4월 13일 대구 3연전 후 47일 만의 재회. 양 팀의 코치들과 몇몇 베테랑 선수들이 반갑게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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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코치는 2006 WBC 본선 1라운드 일본전에서 0-2로 끌려가던 4회 2사 만루에서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팀을 구해냈다. 이 수비 덕에 실점을 막은 한국은 8회 이승엽의 투런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2라운드에서도 완벽한 홈송구로 실점을 막으며 '국민 우익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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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러브 7회, 최다안타왕 4회, 타격왕 2회, 득점왕 1회 등의 타이틀을 거머쥔 이병규의 배번인 9번은 트윈스 역사상 두 번째 영구결번으로 남았다.
정현욱, 이진영, 이병규 모두가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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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가 남긴 단 한 개의 '레전드'급 대기록, '494경기 연속 무실책'이다. KBO리그에서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로비 그로스먼(디트로이트)이 지난 시즌 7월 1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전까지 이어 온 440경기보다 앞서는 기록이다. 세계 기록은 일본 프로야구 후지이 에이지의 820경기다.
무실책 기록의 소유자인 조원우 코치는 수비 코치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한화 2군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롯데와 두산, SK에서 수비와 주루 코치를 맡아 선수들의 수비 실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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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감독에서 물러난 후 다시 코치로?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KBO리그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조원우 코치를 시작으로 올 시즌에는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이 이승엽 두산 감독의 요청을 받아 수석 코치를 맡아 팀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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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이지만, 성공하는 감독은 정말 극소수다.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건 분명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10개 구단 중 1등을 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잘릴 수 있는 극한 중의 극한직업이다.
감독이 아니라도 좋다. 다시 야구판에서 제 역할을 찾은 전직 감독들의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김태형 전 두산 감독과 류지현 전 LG 감독도 중계방송 해설위원을 맡아 야구팬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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