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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노예+우익수), 적토마, 큰절 받는 코치…레전드 속에서 빛난 감독 출신 수석 [인천 현장]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3-05-31 14:29 | 최종수정 2023-05-31 14:46


국민(노예+우익수), 적토마, 큰절 받는 코치…레전드 속에서 빛난 감독 …
강민호가 감독으로 모셨던 조원우 SSG 수석코치와 김한수 두산 수석 코치에게 큰절을 했다. 잠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업계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직장인이 권위를 내려놓고 다시 현장에서 뛰는 모습은 아름답다. KBO리그의 현재 모습이다.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야구인들의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승패를 다퉈야 하는 적이지만, 모두가 야구로 맺어진 동료다. 4월 13일 대구 3연전 후 47일 만의 재회. 양 팀의 코치들과 몇몇 베테랑 선수들이 반갑게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국민(노예+우익수), 적토마, 큰절 받는 코치…레전드 속에서 빛난 감독 …
'국민' 타이틀을 가졌던 두 사람
정현욱 삼성 투수코치와 이진영 SSG 타격코치. 두 사람 모두 '국민'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레전드다. 정현욱 코치는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국민노예'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대표팀이 치른 9경기 중 5경기에 등판해 10⅓이닝을 소화하며 단 2실점, 1승 1홀드에 평균자책점 1.74라는 뛰어난 성적의 훈장이다.

이진영 코치는 2006 WBC 본선 1라운드 일본전에서 0-2로 끌려가던 4회 2사 만루에서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팀을 구해냈다. 이 수비 덕에 실점을 막은 한국은 8회 이승엽의 투런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2라운드에서도 완벽한 홈송구로 실점을 막으며 '국민 우익수'가 됐다.


국민(노예+우익수), 적토마, 큰절 받는 코치…레전드 속에서 빛난 감독 …
이병규 삼성 수석코치. LG 트윈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스타다. 주니치에서 뛰었던 2007~2009시즌을 제외한 1997~2016시즌까지 LG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데뷔 첫해부터 신인왕을 차지하며 프로 통산 1741경기에서 3할1푼1리의 통산타율과 161홈런, 972타점, 147도루를 기록했다. 1999년에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 중 최초로 30-30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골든글러브 7회, 최다안타왕 4회, 타격왕 2회, 득점왕 1회 등의 타이틀을 거머쥔 이병규의 배번인 9번은 트윈스 역사상 두 번째 영구결번으로 남았다.

정현욱, 이진영, 이병규 모두가 레전드다.


국민(노예+우익수), 적토마, 큰절 받는 코치…레전드 속에서 빛난 감독 …
조원우 코치에게 '넙죽' 큰절한 강민호
또 한 명의 코치. 그는 레전드로 불리진 않았다. 조원우 SSG 수석코치다. 1994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해 2008시즌 한화에서 은퇴할 때까지 프로 통산 1,368경기 타율 0.282 68홈런 443타점 123도루가 조 코치가 선수 시절 남긴 기록이다.

그런데, 그가 남긴 단 한 개의 '레전드'급 대기록, '494경기 연속 무실책'이다. KBO리그에서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로비 그로스먼(디트로이트)이 지난 시즌 7월 1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전까지 이어 온 440경기보다 앞서는 기록이다. 세계 기록은 일본 프로야구 후지이 에이지의 820경기다.

무실책 기록의 소유자인 조원우 코치는 수비 코치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한화 2군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롯데와 두산, SK에서 수비와 주루 코치를 맡아 선수들의 수비 실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노예+우익수), 적토마, 큰절 받는 코치…레전드 속에서 빛난 감독 …
롯데 시절의 조원우 감독과 김원형 수석코치
조 코치가 2017년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으로 전격 발탁됐을 때 당시 SK 투수코치였던 김원형 현 SSG 감독이 롯데 수석코치를 맡았다. 쌍방울 레이더스와 SK 와이번스에서 동료이자 선후배로 함께 한 인연이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계속 이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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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의 김원형 감독과 조원우 수석코치
2018시즌을 마치고 조 코치가 롯데를 떠나자 김원형 감독도 함께 롯데 유니폼을 벗었다. 지난해 김 감독이 SSG 지휘봉을 잡은 후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시작됐다. 퓨처스(2군) 감독으로 부임한 조 코치는 후반기부터 1군에서 벤치 코치 역할을 맡았다. 올 시즌부터는 수석 코치를 맡아 김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현역 감독에서 물러난 후 다시 코치로?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KBO리그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조원우 코치를 시작으로 올 시즌에는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이 이승엽 두산 감독의 요청을 받아 수석 코치를 맡아 팀을 지도하고 있다.


국민(노예+우익수), 적토마, 큰절 받는 코치…레전드 속에서 빛난 감독 …
서튼 감독의 야구를 데이터로 지원하는 허삼영 전력분석 코디네이터
지난 시즌 중도 사퇴한 허삼영 전 삼성 감독도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9월부터 WBC 국가대표팀 전력분석위원을 맡았던 허 전 감독은 올 시즌 롯데 전력분석 코디네이터를 맡아 서튼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국내 최고 전력분석가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았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감독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이지만, 성공하는 감독은 정말 극소수다.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건 분명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10개 구단 중 1등을 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잘릴 수 있는 극한 중의 극한직업이다.

감독이 아니라도 좋다. 다시 야구판에서 제 역할을 찾은 전직 감독들의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김태형 전 두산 감독과 류지현 전 LG 감독도 중계방송 해설위원을 맡아 야구팬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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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잠실 경기를 앞두고 김한수 코치를 찾은 강민호
롯데와 삼성에서 감독으로 모셨던 조원우, 김한수 코치에게 큰절을 한 베테랑 강민호도 똑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인생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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