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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꼴찌 마운드가 환골탈태…'강철매직' 대표팀도 바꿀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1-07 16:51 | 최종수정 2023-01-08 13:01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은 '투수 조련사'로 정평이 나 있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든 그는 친정팀 KIA 타이거즈를 시작으로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를 거쳐 2019년 KT 위즈 지휘봉을 잡았다. KIA에선 '대투수' 양현종(35)을 길러냈고, 히어로즈와 두산에서도 각각 한현희(30) 박치국(25)을 탈바꿈 시키면서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켰다. 현역 시절 10년 연속 10승, 통산 2204⅔이닝 소화 등 KBO리그에서 쌓은 빛나는 커리어가 지도자 시절에도 자양분이 됐다.

이런 이 감독의 마운드 조련이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낸 것은 KT였다.

KBO리그 막내팀 KT는 이 감독 부임 전까지 '만년 꼴찌'라는 달갑잖은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2015년 리그 첫 참가 후 4년 연속 10위에 그쳤다. 특히 마운드 평균자책점이 4시즌 연속 5점대 중후반이었다. 어쩌다 타선이 터져도 마운드가 무너지기 일쑤였다. 4시즌 동안 1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크리스 옥스프링(12승·2015년) 단 한 명 뿐이었다.

이랬던 KT 마운드는 2019시즌 이 감독 부임을 계기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해 팀 평균자책점이 처음으로 4점대(4.31)에 진입했다. 윌리엄 쿠에바스(13승), 라울 알칸타라(11승), 배제성(10승)까지 10승 선발 투수가 3명으로 확 늘었다. 2020시즌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5승) 소형준(13승) 쿠에바스(10승) 배제성(10승)까지 선발 로테이션 5명 중 4명이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통합 우승 시즌인 2021년과 올해엔 KBO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LG 트윈스에 이은 팀 평균자책점 2위를 잇달아 마크했다. 흔들림 없는 선발진, 짜임새 있는 불펜 외에도 흐름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마운드를 운영하는 이 감독의 용병술도 적잖이 작용했다.

이번 WBC 대표팀 마운드 구성엔 선발 투수 비중이 높다.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 성격상 선발 투수를 길게 끌고 갈 수 없고, 1이닝 안팎의 불펜 요원 활용도 역시 높게 가져가기 어렵다. 때문에 각 팀 주축 선발 투수 위주 구성을 하고, 결정구, 변화구에 특화된 전문 불펜 요원들을 합류시키는 쪽을 택했다. 리그와 달라질 수밖에 없는 투수 보직과 운용을 이 감독이 어떻게 풀어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또 그동안 양현종 김광현(34·SSG 랜더스) 고영표(32·KT 위즈) 등 국제 대회에서 선발 역할을 맡았던 베테랑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 빈자리에 젊은 투수를 활용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최근 국제 무대에서 대표팀 마운드의 성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앞선 도쿄올림픽에선 마운드 운영 면에서 두드러졌던 아쉬움이 '노메달 수모'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번 대표팀 코치 구성에 정현욱(삼성 라이온즈) 배영수(롯데 자이언츠) 코치를 불러 들였다. 투수 운영 면에서 확고한 철학이 있고 직언도 마다하지 않는 지도자들로 분류된다. 투수로 한 평생을 살았던 이 감독이지만 주관에 의존치 않고 소통하며 답을 찾아가겠다는 자신의 지도 철학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갔다. 또 한 번의 '강철매직'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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