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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타이밍(timing)이란 '행동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도록 시기를 포착하는 기술'을 뜻한다.
한데 그가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장기계약 시점이다. 알칸타라는 작년 12월 2일(한국시각) 마이애미와 5년 5600만달러에 장기 연장계약을 맺었다. 풀타임 3시즌을 마쳐 연봉조정자격을 취득한 해였다.
사이닝보너스 150만달러, 2022~2026년까지 각각 350만달러, 600만달러, 900만달러, 1700만달러, 1700만달러의 연봉이 책정됐다. 또한 2027년에는 2100만달러의 구단 옵션이 200만달러의 바이아웃에 걸렸다. 구단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평균 연봉(AAV)은 1120만달러다.
사이영상을 3번씩 받은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5년 1억8500만달러)과 저스틴 벌랜더(뉴욕 메츠, 2년 8667만달러)는 논외로 하고, 2급 FA 선발인 크리스 배싯(토론토, 3년 6300만달러), 제임슨 타이욘(시카고 컵스, 4년 6800만달러), 타이후안 워커(필라델피아, 4년 7200만달러)와 비교해 보자.
알칸타라가 연장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2024년 말 FA 장기계약을 해 2025년 첫 시즌을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마이애미와 맺은 5년 계약 중 2025년 연봉은 1700만달러다. 그런데 사이영상을 한 번도 받은 적 없고 심지어 규정이닝을 넘긴 시즌이 1~2번 밖에 안되는 배싯, 타이욘, 워커의 AAV는 각각 2100만달러, 1800만달러, 1700만달러다. 즉 알칸타라는 2025~2026년, 두 시즌에 걸쳐 이들 3명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얘기다.
알칸타라는 작년 33경기에서 205⅔이닝을 던져 9승15패, 평균자책점 3.19, 201탈삼진을 올리며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그러자 마애이미는 장기계약으로 묶으려 했고, 알칸타라가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5년 5600만달러가 적은 규모는 아니다. 첫 연봉조정 자격을 얻은 투수로는 역대 최장기, 최고액 계약이다.
풀타임 3시즌 밖에 안 된 투수가 계약기간 5년에 AAV 1120만달러를 보장하는 제안을 뿌리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올해 사이영상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터. 어디까지나 결과론인데, 연장계약 타이밍이 이번 겨울이었다면 AAV는 최소 2500만달러, 1선발 기량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2024년 말 FA 계약으로는 AAV 3000만달러를 훌쩍 넘긴다고 보면 된다.
마이애미는 알칸타라와 경력이 비슷한 파블로 로페즈를 이번 겨울 트레이드할 심산이라고 한다. 로페즈는 풀타임 4번째 시즌인 올해 32경기에서 10승10패, 평균자책점 3.75를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미 알칸타라와 연장계약을 했는데, 스몰 마켓 구단이 로페즈와 또 그럴 수는 없다.
MLB.com은 '말린스는 로페즈와 올초 연봉조정 심판까지 가서 이겼다. 1년 전 알칸타라처럼 로페즈와 연장계약할 수는 없다. 아마도 타격 기술이 정교한 젊은 타자를 받고 로페즈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추진할 것 같다'고 전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