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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환희와 좌절의 기억이 뒤섞여 있는 무대다.
내년 WBC는 그동안 KBO리그가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했던 변화의 성과를 보여줄 무대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 뒤 추진된 공인구 반발력 조정은 극도의 타고투저를 잠재우고 국제무대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의 속에 출발했다. 2019시즌 극심한 투고타저 시즌을 겪었던 KBO리그는 이듬해 타자들의 히팅포인트 조정으로 투-타 균형이 맞춰지고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것처럼 보였다. 이런 KBO리그 선수들이 도쿄올림픽에서 빈손으로 돌아오자, KBO는 스트라이크존 확대라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투수는 보다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경향이 커졌고, 반대로 타자는 빠른 승부를 택하는 투수의 공을 보다 앞에서 공략하는 히팅포인트 조정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갔다. 4시즌 동안 점진적으로 이뤄진 변화가 내년 WBC에서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이럼에도 여전히 WBC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근본적인 실력의 문제를 곱씹을 수밖에 없다. 도쿄올림픽에서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가 빼어난 기량을 선보였고, 이의리(20·KIA 타이거즈)라는 새로운 대표팀 에이스 재목을 찾는 성과도 얻었으나, 여전히 대표팀이 '베이징 키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강력한 투수진과 타선 응집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일본과의 간극은 제법 컸다. 빅리거를 대거 앞세울 미국, 최근 신구단 창단 속에 지속적인 상승세인 대만, 자국 혈통 빅리거를 앞세울 기타 국가 등 WBC는 올림픽보다 한층 더 어려운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KBO리그가 추진해 온 변화는 결국 국제 무대 성적에 궁극적 목표를 두고 있었다. 때문에 내년 WBC에서 얻을 성적이 그동안의 변화에 대한 성과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