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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SSG 랜더스 창단과 동시에 가장 주목 받은 팀은 롯데 자이언츠였다.
안정감
롯데는 지난해 5월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2군) 감독을 1군 사령탑 자리에 앉혔다. 취임 후 프런트와 팀 운영, 방향성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허 감독 체제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서튼 감독 체제 후 롯데는 일정 부분 반등에 성공하면서 안정감을 찾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도 갈등 조짐은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외국인 투수 교체, 코치 퇴단 등 일련의 과정에서 현장과 프런트가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현장 총책임자인 서튼 감독 스스로도 경기 운영, 선수 기용 면에서 모호한 화법으로 일관하며 내외부의 시선에 물음표를 붙이게 만들기도 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롯데는 1군 코치진에 상당한 변화를 줬다.
팀 리더
지난해까지 롯데는 최고참 이대호(40)를 비롯해 전준우(36) 민병헌(35) 손아섭(34)이 더그아웃 분위기를 주도했다. 나이와 성향의 차이가 있었지만, 각자 선수단 요소마다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아우르고 중심을 잡아왔다. 그러나 민병헌이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은퇴했고, FA자격을 얻은 손아섭 마저 놓치면서 균열이 생겼다. 이대호가 여전히 최고참 역할을 했지만, 은퇴 시즌이라는 한계가 있었기에 부담감은 주장 전준우에 온전히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젊은 에이스 박세웅(27)에게 투수진 리더 역할을 맡기기도 쉽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 구조를 바꿔가는 롯데였기에 팀 리더가 절실했지만, 부족함이 컸다.
SSG는 요소마다 확실한 리더들이 역할을 해줬다. 야수진에선 기존 김강민(40) 최 정(35) 한유섬(33)에 추신수(40)까지 가세하면서 무게감이 커졌다. 특히 추신수와 김강민은 더그아웃 카운셀러를 자청하면서 많게는 스무살 차이가 나는 선수들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리더십을 선보였다. 투수진에서도 돌아온 김광현(34) 뿐만 아니라 베테랑 노경은(38) 고효준(39)까지 불펜 리더 역할에 충실하면서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된 마운드 안정감에서 큰 개선을 이뤘다.
관심
롯데는 지난해부터 신동빈 구단주의 나들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해 4월 27일 잠실 원정에 나선 롯데 경기를 직관하면서 2015년 9월 이후 5년 만의 야구장 나들이를 했다. 올해도 지난 7월 13일 부산 홈 경기를 찾았고, 10월 8일에도 부산에서 최종전 및 이대호의 은퇴식을 지켜봤다. 공교롭게도 신 구단주는 야구장을 찾기 직전인 4월 22일엔 일본 도쿄지방법원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고, 7월 부산 홈 경기 관전 이튿날엔 롯데지주 하반기 사장단 회의 주재 및 박형준 부산시장과 엑스포 유치 지원-광복동 롯데타워 건립 약속 회동을 가졌다. 롯데지주는 시즌 뒤 구단에 재무구조 개선을 명목으로 190억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롯데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내년 1월 만기인 50억원의 대출금 상환 및 FA영입 투자 등을 모색하고 있다.
SSG 정용진 구단주는 두 시즌 동안 적극적인 행보로 화제를 모았다. SNS 활용 뿐만 아니라 수시로 직관에 나서면서 선수단에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지난달 8일엔 직접 대구 삼성전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경기 후엔 직접 응원단상에 올라 감사 인사를 전하는 파격적인 행보도 펼쳤다. 국내 최고 대우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운 추신수 김광현과의 계약 뿐만 아니라 다가올 스토브리그에서의 투자 가능성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SSG 김원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처음엔 구단주님이 아무래도 자주 뵐 수 없는 분이니 어렵기도 했는데, 워낙 자주 오시니 이젠 '오셨나보다'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