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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07년 김광현과 2022년 오원석.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워도, 비슷한 희망을 읽었다.
예상 밖의 선택이었지만, 김광현은 해냈다. 한국시리즈 데뷔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그것도 상대 선발 투수가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완승을 거뒀다. 당시 김광현의 기록은 7⅓이닝 1안타 9탈삼진 2볼넷 무실점. 그해 정규 시즌 22승을 거두며 MVP에 투수 3관왕까지 휩쓸고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그 리오스를 상대로 완벽하게 이겼다. 심지어 리오스는 1차전에서 이미 완봉승을 거둔 투수였다. 그런 상대로 김광현의 대반전. 타자들의 도움이 물론 뒤따랐지만, 그만큼 적수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병아리' 신인이 큰 무대에서 대단한 사고를 친 셈이었다.
그리고 SK는 4차전에서 김광현이 일으킨 반전으로 2승2패 동률을 맞췄고, 이후 2승을 더 챙기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오원석 역시 입단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1차지명 대형 신인 출신 좌완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고, 아직 '미완의 대기'라는 점 역시 신인 시절 김광현과 비슷하다. 3차전 선발로 예정됐었던 숀 모리만도의 1차전 불펜 등판으로 오원석은 3차전 중책을 맡게 됐다. 자칫 난타전이 될 수도 있고, SSG 벤치도 오원석이 빨리 무너지는 변수에 대비했으나 결과는 5⅔이닝 5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였다. 2007년 김광현처럼 승리 투수가 되지도 못했고, 무실점으로 8회까지 위력투를 펼친 것도 아니지만. 오원석은 지금 팀이 가장 필요로하던 그 역할을 해냈다. 그것도 키움 타선을 상대로 자신감있게, 지금까지 코칭스태프가 기대했던 바로 그 공을 뿌렸다. 그리고 SSG는 오원석의 호투를 발판 삼아 3차전을 잡았다.
투수 출신이라 투수들에게 사탕 발린 말은 절대 하지 않는 김원형 감독도 이날만큼은 감격에 젖은듯 오원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의 투구였다"는 김 감독은 "작년에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오원석이 김광현처럼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아직 멀었다고 답했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르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김광현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많이 좋아졌다. 배짱이나 마운드에서 보이는 모습은 광현이 못지 않다"고 최고의 칭찬을 했다. 아마 오원석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한국시리즈 데뷔전이 됐을 것이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