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투 어필' 달아오른 수호신, 무사만루 위기 속 3구 연속 패스트볼 승부[KS2승부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1-02 21:29 | 최종수정 2022-11-03 06:29


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5회초 2사 김준완을 10구 승부끝에 삼진으로 잡은 폰트가 기뻐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2/

[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는 심리 싸움이다.

어느 쪽이 평정심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큰 싸움의 결과가 달라진다. KBO리그 데뷔 후 첫 가을무대에 선 SSG 랜더스 외인 투수 윌머 폰트. 1차전에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연장 승부 끝에 덜미를 잡힌 SSG에 2차전은 생명줄이었다. 폰트가 무너지면 시리즈 전체가 위험해질 수 밖에 없었다. 정규시즌 3승무패 0.6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키움 킬러' 폰트도 내심 부담감 속에 마운드에 올랐다. 가뜩이나 1차전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쌀쌀한 가을날씨. 2회 1사 후 푸이그에게 첫 안타인 2루타를 허용한 뒤 보크까지 범했다.
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2회초 1사 2루 김태진 타석. 푸이그가 폰트의 보크로 3루로 진루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2/
따뜻한 나라 베네수엘라 출신 폰트는 연신 마운드 위에서 모자를 만지면서 오른손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시선이 있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었다.

0-3으로 뒤지던 3회초 무사 1루. 송성문 타석 앞에서 홍 감독이 심판진에게 다가왔다. SSG 선발 폰트의 마운드 위 행동에 대해 가벼운 어필을 했다. 폰트를 바라보며 손짓을 해가며 심판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마운드 위에서 손을 모자 쪽으로 가져가는 데 대한 어필. 홍 감독은 "(폰트의) 모자 창에 색깔이 진한 부분이 보였고, 끈적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확인차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물질을 이용한 부정투구에 대한 의구심. 심판진은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폰트에게 별도의 주의를 주지는 않았다. 짧게 끝났지만 홍 감독의 어필은 폰트의 투구에 미세한 영향을 줬다.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열렸다. 3회 심판진에게 잠시 어필하고 있는 홍원기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02/
송성문에게 던진 2구째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좌중간 2루타가 됐다. 외야수 간 콜 플레이 미스 속에 나온 장타라 신경이 조금 더 곤두섰다. 외야 쪽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후속 김준완에게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더니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벤치에서 투수코치가 번개같이 마운드를 향했다.

자칫 더 큰 위기에 몰릴 수 있었던 상황. 심리적으로 쫓기는 쪽은 SSG였다.


2022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SSG 폰트가 역투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02/
폰트의 어깨에 이날 경기, 나아가 시리즈 전체가 걸려 있던 상황.

잠시 흔들렸던 폰트가 이성을 찾았다. 노련한 포수 이재원의 리드 속에 연거푸 빠른 공 3개로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다. 예상하고 있던 이용규도 초구부터 배트가 나갔다. 초구 144㎞ 직구에 배트가 밀렸다. 2구는 조금 더 빠른 148㎞의 빠른 공. 또 한번 배트가 밀렸다. 자신감을 얻은 폰트 이재원 배터리는 스피드를 더 높여 몸쪽 높은 쪽에 151㎞ 빠른 공을 던졌다. 세번 연속 배트가 밀렸다. 유격수 쪽으로 향했고, 6-4-3의 병살타로 이어졌다. 1점을 내줬지만 순식간에 2사 3루. 폰트는 최고 타자 이정후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또 한번 패스트볼 승부로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큰 위기를 넘긴 폰트는 더 이상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지 않고 7이닝을 1실점으로 버텼다. 그 사이 최지훈의 투런포와 한유섬의 솔로포가 터졌다. SSG의 6대1 승리. 1승1패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잠시 흥부했던 가을무대 첫 경험자.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은 폰트가 벼랑 끝 팀을 구해내며 수호신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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