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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홀드를 했으니 27점요. 제가 특출나거나 뛰어난 투수는 아니지만 (통산)100홀드를 채울 때까지, 100점을 향해 열심히 해야죠. 계속해서 1홀드씩 올리면서요."
'평가가 너무 박한 게 아니냐'고 하자 "매년 계속 잘 한 것도 아니고, 올해 처음으로 보여드린 거잖아요. 앞으로 올해처럼만 하면 잘 될 것 같거든요. 100홀드를 목표로 꾸준하게 잘 하면 우리 팀도 좋아지고 저도 좋아지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78경기에 출전해 66이닝을 던지면서, 3승7패27홀드,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다.
올해 KBO리그 전체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중요한 포인트에서 늘 김범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가 안 좋았을 때도 엄지를 치켜세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투수. 타고난 축복이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한화 1차 지명선수로 입단했다. 매년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는데 꾸준하지 못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기계처럼 실수없이 잘 하기는 어렵다. 김범수는 못 했을 때 기억을 털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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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에 안 좋았잖아요. 삼성전도 그렇고 KIA전도 그렇고. 그래서 올해도 또 안 되는구나, 준비한 만큼 또 안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진짜 완전히 좌절했어요. 그런데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이 저를 불러 잡아주셨어요. 저를 한 단계 올려주셨죠."
올 시즌에 앞서 팀에 합류한 이 코치는 김범수 야구를 바꿔놓았다. 훈련의 종료, 시간, 방법부터 경기 중 멘탈까지 리셋.
"엄청 많은 대화를 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였어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흔한 말인데, 머리에 쏙쏙들어오게, 설득력있게 믿음을 심어주셨어요."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승부를 가져갔다. 자신있게 던졌다. 돌아보지 않았다. 볼넷이 줄었다. 시즌이 깊어가면서 체력이 떨어져 어려움이 있었다. 시즌 중에는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게 휴식이라는 걸, 잘 쉬는 게 최고의 컨디션 유지법이라는 알게 됐다.
올 시즌 한화는 여러명의 마무리 투수가 오갔다. 가장 길게 뒷문을 맡은 장시환도 부진으로 자리를 내놨다. 김범수도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거론됐다.
불펜투수라면 누구나 바라는 마무리. 팀 승리를 확정짓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솔직히 한 번쯤 기회가 오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감독님 생각이 있고 구단이 가고자하는 방향이 있고요. 그냥 지금 내 자리에서 잘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마무리를 한다고 잘 한다는 보장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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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가을야구를 가봤잖아요. 그때 멤버가 진짜 몇명 안 남았어요. 우리가 계속해서 내려가긴 했는데 충분히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 보이는 부분에서 정말 좋아진 게 많거든요. 우리가 갖고 있는 걸 잘 조합하면 잘 될 것으로 믿어요. (팬들에게)자꾸 기다려달라고 해서 죄송한데, 정말 좋아지고 있어요."
올해는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아프지 않고 던졌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뛴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부상없는 김범수는 강력하다.
"안 아프고 나가면 잘 던져주는, 팀이 질 때든 이길 때든 꾸준하게 자기 역할을 해주는 투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는 큰 목표보다 매 경기, 매 이닝, 매 타자에 충실하고자 했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김윤수(23), 동생이 배울점이 있는 형이 되고 싶어했다. 또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