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홈런왕'의 유쾌한 퇴장 "데뷔전 첫 타석, 진갑용 코치님이…"[광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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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이날 KIA 타이거즈 선수단과 1만5715명의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15년을 한 팀에서 뛴 프랜차이즈 스타, 타이거즈의 홈런왕이란 타이틀을 짊어지고 있었던 '나비' 나지완(37)의 마지막 발걸음을 지켜보기 위한 기다림이었다.
경기 후 조명이 꺼진 가운데 시작된 나지완의 은퇴식. 전광판엔 나지완이 지난 15년 동안 썼던 영광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2009년 한국시리즈 끝내기 만루 홈런 영상 때 관중석에선 큰 함성이 터졌다. 여전히 타이거즈 팬들에겐 나지완을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은 듯 했다.
은퇴식에 참석한 나지완의 아내 양미희씨는 "멀게만 느껴졌던 그날이 왔다. 힘들면서도 집에선 내색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든다"며 "야구, KIA가 최우선이었던 오빠, 그동안 수고했다"고 송별사를 전했다.
"저 이제 떠나요"라고 씩 웃은 나지완은 "15년이란 시간동안 KIA 선수로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15년 전 데뷔 첫 타석이 생각난다. 당시 상대팀 선수였고 현재 수석코치님이신 진갑용 코치님이 '마, 인사 안하나. 뭐주꼬'라는 말 뒤에 3구 삼진으로 벤치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고 말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나지완은 "그 타석 이후 벌써 15년이란 시간이 흘러 오늘에 왔다. 이제 나는 KIA를 떠나지만, 항상 마음 한 켠에 타이거즈를 묻어놓겠다"고 말했다.
은퇴식에 앞서 펼쳐진 KT전에서 팀이 8-1로 앞선 8회말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은 나지완은 "신인 때부터 봐왔던 김종국 감독님이 너무 좋은 선물을 주셨다. 아들 앞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하루하루 버텼는데 오늘 너무 좋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힘든 환경 속에서 뒷바라지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다. 사람 같지 않은 나와 결혼해준 아내 덕에 예쁜 아들까지 얻었다. 형으로 제일 좋아하는 (이)범호형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왔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팬들께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사랑합니다"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고별사를 마친 나지완은 전광판에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 순간과 세리머니를 그대로 재연하면서 그라운드를 돌았다. 타이거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나비의 마지막 비행이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