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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릴 수 없는 공이었죠" 159㎞→5억원 괴물 루키, 떡잎부터 달랐다[SC줌인]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10-05 11:13


효제초등학교 시절 앳된 얼굴의 김서현(오른쪽). 사진제공=김기환 감독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달 15일 열린 2023 신인드래프트.

학생야구 시절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본 스승이 있다.

효제초등학교 김기환(46) 감독이다.

바로 110명 중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돼 5억원에 계약한 서울고 광속구 투수 김서현을 키운 은사다. 효제초 80회 졸업생 출신으로 신일고 원광대를 거쳐 해태타이거즈에서 선수생활을 한 명 내야수 출신. 김재현 조인성 조 현 등과 더불어 신일고 최강신화를 만든 주인공이다. 2005년 효제초 사령탑을 부임해 무려 18년 간 무수한 스타들의 기반을 닦아준 훌륭한 지도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효제초등학교는 김서현을 포함, 무려 4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전체 5순위로 SSG에 지명된 대구고 투수 이로운, NC에 4라운드로 지명된 신일고 투수 목지훈, 7라운드로 롯데에 지명된 고려대 투수 석상호가 주인공. 이로운은 가족의 이사로 대구로 전학을 가면서 칠성초를 거쳐 본리초를 졸업했지만 효제초등학교는 야구를 처음 시작한 마음의 고향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인 종로6가에 위치한 효제초등학교는 무려 1895년 개교한 명문 초등학교. 야구부도 1960년 창단해 6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날다람쥐로 불렸던 OB 출신 명내야수 김광수 일구회 회장을 필두로, 최근에는 KIA 투수 김현수, NC 내야 유망주 김한별 등이 효제초등학교를 빛낸 선수들이다.

김기환 감독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도 운동장이 정식구장처럼 넓고, 거리가 나오는데다 학교 지원도 좋아 운동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학교의 장점을 설명한다. 하드웨어 만큼이나 큰 효제초의 소프트웨어적 장점은 김기환 감독의 지도력이다.
효제초등학교 야구부 단체 사진 속 김서현(오른쪽에서 두번째). 또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선수였다. 뒷줄에 김기환 감독도 보인다. 사진제공=김기환 감독
김기환 감독은 고교 최고 투수로 성장한 제자 김서현의 어릴 적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서현이는 키가 또래보다 훨씬 크고, 볼이 엄청나게 빨랐어요. 스피드에 비해 컨트롤이 조금 안됐지만 공이 워낙 빨라서 또래 아이들이 아예 건드릴 수 없는 투수였지요."

전체 1순위 지명이 이뤄진 날. 김 감독은 김서현 부친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덕분이라고,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 주시는 데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었죠. 서현이의 친형도 야구를 했어요. 부모님께서 두 아들을 야구 시키느라 힘이 드셨죠."

힘든 일 투성이인 초등학교 지도자. 이런 기쁘고 뿌듯한 소식이 순간순간 힘이 들어도 꿈나무 지도에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된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가 15일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서울고 김서현이 한화 이글스의 1라운드 지명되며 이름이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9.15/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서울고와 충암고의 16강 경기가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투구하고 있는 서울고 김서현. 목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7.20/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지켜본 은사.

제자의 찬란한 미래를 가장 잘 그려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김기환 감독이다.

"서현이는 또래보다 훨씬 컸지만 성품이 워낙 좋아서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두루 친하게 잘 지냈어요. 게다가 당당한 면이 있어서 프로에 가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는 친구에요. 서현이의 서울고 은사이신 유정민 감독께서 '야구가 잘 안돼도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게 하라'고 가르치시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마운드에서 더 자신감이 넘치더라고요.(웃음)"

지난달 미국에서 열렸던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무려 99마일(약159㎞)의 믿을 수 없는 광속구를 뿌려 모두를 놀라게 한 파이어볼러. 한화 1년 선배 문동주와 함께 내년 시즌 신인왕을 다툴 1순위 후보다.

프로 무대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당당하게 헤쳐나갈 제자의 모습을 짠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스승, 김기환 효제초 감독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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