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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한화 이글스의 현주소.
먼저 5회말. 5회초 2점을 내주고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LG 선발 임찬규의 힘이 떨어지는 시점. 한화는 김태연의 볼넷과 하주석의 안타로 무사 1, 2루 천금 찬스를 만들었다.
한화 벤치는 7번 유상빈 타석에서 작전을 걸었다. 초구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실패. 2구째 다시 희생번트였다. 그런데 희생번트가 떴다. 투수 임찬규가 바로 공을 잡았다. 그런데 1루주자 하주석이 2루를 향해 너무 멀리 가버렸다. 허무하게 더블아웃.
이 장면은 '뭐 그럴 수 있겠다' 할 수 있었다. 0-4로 밀리던 7회. LG 불펜이 강한 걸 감안하면 어떻게든 따라가야 했다. 1사 1루 찬스서 하주석이 내야 안타를 쳤다. 2루수의 송구를 1루수가 잡지 못했다. 이 때 하주석이 2루로 뛰었다. 하지만 1루측 펜스를 맞고 나온 공이 LG 1루수 채은성의 글러브에 너무 빠르게 들어왔다. 하주석은 절반도 못가 협살에 걸렸고 허무하게 죽었다. 얼마 없던 추격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하주석만 욕할 수는 없다. 유상빈도 작전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7회 장면을 보면 전상렬 1루코치가 공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2루로 가라는 사인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기본 플레이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한화의 현 상황이다. 한화는 치욕의 3년 연속 꼴찌 확정이다. 2019년 9위, 2020년 10위로 처진 후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를 선임했다. 구단은 리빌딩을 외쳤다. 성적을 포기하며 팀 체질을 개선하면, 뭔가 희망을 주고 나아지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팬들에게 참신함을 주는 새로운 스타도 나오지 않고 있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선수도 없다. 리빌딩, 성적 앞에서 이도저도 아닌 야구로 허무하게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 개인 이름값에서 밀리면, 팀으로 똘똘 뭉치는 악착 같은 야구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다른 초보 선수도 아니고, 주장의 플레이에서 찬물이 끼얹어지니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열린 '멍때리기 대회'에서 한화팬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 팬은 한화의 경기 장면을 생각하며 '멍'을 때렸고, 이게 우승까지 연결됐다고 한다. 사회자가 한화 선수들이 서운할 수 있겠다고 하자 "한화 선수들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도 많이 서운했으니까 서로 샘샘(서로 비겼다는 의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인터뷰를 본 한화 선수단이라면, 더욱 이를 악물고 남은 경기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