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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의 허무했던 연속 주루사, '꼴찌' 한화의 서글픈 현주소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9-29 11:34 | 최종수정 2022-09-29 12:30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7회말 1사 1루 하주석이 2루수 땅볼을 친 후 1루송구가 빠지자 2루까지 달리다 다시 1루로 귀루했다. 하지만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28/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한화 이글스의 현주소.

한화 이글스는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1대4로 패했다. 이미 꼴찌 확정이 된 지 오래. 한화가 지는 걸 보는 일은 이제 익숙해진 일이 돼버렸다. 이겨도 져도, 한화팬들은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이날 경기 내용을 돌이켜보면 한화팬들은 분노해야 한다. 충분히 접전을 펼칠 수 있는 경기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장면에서 아쉬움이 남겠지만, 가장 안타까웠던 건 캡틴 하주석의 두 차례 주루 실수다.

먼저 5회말. 5회초 2점을 내주고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LG 선발 임찬규의 힘이 떨어지는 시점. 한화는 김태연의 볼넷과 하주석의 안타로 무사 1, 2루 천금 찬스를 만들었다.

한화 벤치는 7번 유상빈 타석에서 작전을 걸었다. 초구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실패. 2구째 다시 희생번트였다. 그런데 희생번트가 떴다. 투수 임찬규가 바로 공을 잡았다. 그런데 1루주자 하주석이 2루를 향해 너무 멀리 가버렸다. 허무하게 더블아웃.

타구를 보고, 진루와 귀루를 결정해야 했는데 하주석이 성급한 판단을 했다. 2루주자 김태연이 빠르게 귀루를 하는 것과 대비됐다. 물론, 하주석 각도에서는 임찬규가 공을 잡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 수 있었다. 그래도 하주석 정도의 경험을 갖춘 선수라면 1루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는 판단을 했어야 했다.

이 장면은 '뭐 그럴 수 있겠다' 할 수 있었다. 0-4로 밀리던 7회. LG 불펜이 강한 걸 감안하면 어떻게든 따라가야 했다. 1사 1루 찬스서 하주석이 내야 안타를 쳤다. 2루수의 송구를 1루수가 잡지 못했다. 이 때 하주석이 2루로 뛰었다. 하지만 1루측 펜스를 맞고 나온 공이 LG 1루수 채은성의 글러브에 너무 빠르게 들어왔다. 하주석은 절반도 못가 협살에 걸렸고 허무하게 죽었다. 얼마 없던 추격 의지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하주석만 욕할 수는 없다. 유상빈도 작전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7회 장면을 보면 전상렬 1루코치가 공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2루로 가라는 사인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기본 플레이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한화의 현 상황이다. 한화는 치욕의 3년 연속 꼴찌 확정이다. 2019년 9위, 2020년 10위로 처진 후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를 선임했다. 구단은 리빌딩을 외쳤다. 성적을 포기하며 팀 체질을 개선하면, 뭔가 희망을 주고 나아지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팬들에게 참신함을 주는 새로운 스타도 나오지 않고 있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선수도 없다. 리빌딩, 성적 앞에서 이도저도 아닌 야구로 허무하게 돈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 개인 이름값에서 밀리면, 팀으로 똘똘 뭉치는 악착 같은 야구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다른 초보 선수도 아니고, 주장의 플레이에서 찬물이 끼얹어지니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열린 '멍때리기 대회'에서 한화팬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 팬은 한화의 경기 장면을 생각하며 '멍'을 때렸고, 이게 우승까지 연결됐다고 한다. 사회자가 한화 선수들이 서운할 수 있겠다고 하자 "한화 선수들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도 많이 서운했으니까 서로 샘샘(서로 비겼다는 의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인터뷰를 본 한화 선수단이라면, 더욱 이를 악물고 남은 경기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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