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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저 대단한 선수 한번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 상대하는 것 자체가 기분 좋죠."
토종 투수 중에는 키움 안우진(13승)에 이은 2위, SSG 김광현, KIA 양현종, KT 소형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이민호는 "오늘 결과는 좋은데, 초반에 풀카운트도 많이 갔고 썩 좋지 않았다. 허도환 선배가 절 많이 잡아주셨고, 코치님 말씀 들으면서 점점 밸런스가 잡혔다"며 불만족스런 속내를 드러냈다.
유강남에서 허도환으로 전담 포수가 바뀐 것에 대해서는 "내겐 별 차이가 없다. 두 분 다 믿고 던진다. 아마 감독님께서 기분전환차 바꿔주신 것 같다. 못 던진 경기는 내가 못 던진 것"이라며 "내 구위는 항상 나쁘지 않다. SSG전 홈런 맞은 건 상대가 잘 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승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만 "날 믿어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보답하고 싶다. 중요한 시기니까 내가 잘 던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투수의 승리는 타자 형들이 점수 내주고, 중간 투수들이 막아준 결과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늘도 수비에서 많이 도와줬고, 1점차에서 불펜이 잘 막아줬다. 또 전에도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내줘서 내가 편하게 던진 경기도 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날 이민호는 롯데 이대호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로 완승을 거뒀다. 1회초 첫 타석에선 우익수 파울 플라이, 4회초에는 유격수 땅볼, 6회초에는 삼진이었다.
어쩌면 선수생활 마지막 맞대결일 수도 있다. 이민호는 "어릴굥 한창 야구를 볼때, 지금도 잘하지만 정말 잘하실 때 아닌가. 그런 선수와 내가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좋다"면서 "내가 우러러보던 선수를 한번 맞상대해서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다. 그래서 더 집중력 있게 던졌다"고 답했다.
이어 "워낙 장타를 잘 치는 분이니까, 오늘은 단타로 막자는 생각으로 임한게 결과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