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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를 바꿔버린 1구, 우승 감독은 항의도 고급졌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9-22 10:14 | 최종수정 2022-09-22 12:30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KT 위즈와 SSG 랜더스 경기. KT가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이강철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21/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잠깐의 항의가 경기 결과를 바꿨다?

우승 감독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항의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줬다.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KT 위즈는 21일 인상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선두 SSG 랜더스를 만나 2-3으로 밀리던 9회초 2점을 뽑아내며 4대3 극적 역전승을 만들어낸 것이다. 갈 길 바쁜 선두 SSG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고, 3위에 대한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이라이트는 9회초였다. 양팀 감독들의 수싸움이 제대로 벌어진 것이다. 선제타는 SSG 김원형 감독이 날렸다. 1점차에서 마무리 문승원을 올리지 않았다. 8회 등판해 좋은 투구를 한 최민준 카드를 밀어부쳤다. 최근 문승원이 좋지 않은 가운데, 변칙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최민준이 신본기와 심우준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계획이 틀어졌다.

김 감독은 여기서 강수를 둔다. 심우준이 번트를 대고 1루로 달리며 수비를 방해했다며 격하게 항의를 한 것이다. 이미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 후였다. 항의하면 퇴장인 걸 알면서도 뛰쳐나갔다. 선수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보통 감독이 퇴장을 당하면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고 똘똘 뭉쳐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김 감독의 의도를 꺾어버린 게 KT 이강철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퇴장을 당하며 투수를 좌완 고효준으로 교체했다. KT 1번 좌타자 조용호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볼카운트 1B 상황서 고효준의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이 때 이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열혈' 김 감독과는 달랐다. 조용히 한 마디 하고 들어갔다.

항의도 경기의 일부다. 그 항의가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스트라이크, 볼 판정이 그렇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항의를 들으면, 판정 기준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감독들은 화가 나지 않아도, 정치적(?) 항의를 하기도 한다.

그 다음 3구째. 고효준의 슬라이더가 조금 낮게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존을 통과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심판 8년차 막내급인 최영주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이 감독의 항의 때문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했다고 100% 단정할 수 없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 뭔가 느낌이 묘해지는 장면이었다.


볼카운트가 2B1S인지, 1B2S인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1B2S 상황이면 타자는 조급해지고, 벤치도 작전을 걸기 힘들다. 반대로 2B1S이면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한다.

이 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1, 3루 상황 고효준이 스트라이크를 던질 거라는 판단에 과감하게 스퀴즈 사인을 냈다. 조용하게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했다. 동점. SSG는 힘이 빠졌는지 이어진 상황 최주환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심우준에게 결정적 결승 득점을 내줬다. 이 감독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반대로 SSG는 김 감독이 없는 게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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