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포기 안했다" 은퇴투어→결승 만루포…영웅의 운명을 타고난 사나이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9-20 22:58 | 최종수정 2022-09-20 23:31


히어로 인터뷰에 임한 이대호. 김영록 기자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오늘의 주인공은 나다!'

마음 속으로 외친 걸까.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가 또한번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집필했다.

은퇴 시즌 들어 클러치 순간에 더욱 빛나는 사나이다. 이대호는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4-5로 뒤진 9회초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8대6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호가 대전 야구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날이었다.

오직 이대호 한명만을 위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기념 사진 한복판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주인공의 운명을 타고난 듯 했다. 이대호는 경기에서도 슈퍼스타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야구팬들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순간을 아로새겼다.

9회초 롯데는 볼넷-사구-볼넷으로 안타 없이 이대호 앞에 만루 밥상을 차렸다. 바로 앞선 7회 1사 1,2루 찬스에서는 병살타를 쳤었다. 하지만 이대호의 마음에 두려움 같은 건 없었다.


이대호 홈런. 연합뉴스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일단 나까지만 와라,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니까…어릴 때부터 그런 상황을 너무 좋아했다. 못 쳤어도 후회는 안하겠지만 자신있게 돌린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기분좋다."

그답지 않은 격한 배트 플립(던지기)도 선보였다. 이대호는 "던지고 머리 맞을까봐 열심히 뛰었다"며 너스레를 떤 뒤 "그렇게 던질 생각도 없었는데, 손목이 너무 들어갔다. (한화 강재민에게)미안한 마음이 있다. 떠나는 선배가 너무 기분이 좋았던 거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평일인데도 이렇게 많이 와주신 팬들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선 병살타 타석에 대해서는 "커브 노리고 들어갔고,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카운트가 몰리면서 좀 소심해졌던 것 같다. 삼진을 먹더라도 자신있게 쳤어야했다"면서 "그래서 마지막 타석엔 좀더 자신있게 후회없이 돌렸다"고 강조했다.

이날 5위 KIA 타이거즈가 8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롯데와 KIA의 차이는 단 3경기로 줄어들었다. 롯데의 잔여 경기는 10경기에 불과하다.

이대호는 "난 포기 안했다. 후배들에게도 '한 경기 한 경기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말한다. 그게 프로의 마음가짐"이라며 "다른 팀보다 우리가 이기는 게 중요하다. 더 집중해서 남은 경기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대호 홈런. 연합뉴스
올스타전과 사직에서의 마지막 행사를 제외하면, 이대호의 은퇴 투어는 총 9경기다. 그중 8경기를 치른 현재 전적은 4승4패. 오는 22일 LG 트윈스전만 남았다.

"은퇴 투어를 하면서 정말 내가 이렇게 사랑받고 있구나 느낀다. 말로는 표현 못할 감사함이다. 요즘 아내랑 같이 많이 운다. 아내가 내 눈만 봐도 울고, 그러니까 애들도 '아빠 은퇴 안했으면 좋겠다' 하면서 운다. 주워담을 순 없는 거고, 이렇게 멋있게 떠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남은 10경기가 정말 소중하다. 진짜 제대로 하겠다."

이대호는 경남고 후배 노시환에게 애정 가득한 속내를 전했다. 이날 노시환은 경남고 유니폼을 차려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미디어데이 때 예고한대로 자신의 사인 배트를 선물하는 당돌함도 선보였다.

"우리 팀에 (한)동희가 있듯이 한화에는 (노)시환이가 있다. (롯데에 내가 있고)한화에는 김태균이 있듯이, 앞으로 우리나라 야구를 짊어질 선수들이다. 아마 둘다 앞으로도 매년 겨울 날 보게 될 거다. 한국야구가 발전하려면 잘해줘야하는 선수들이다. 다만 필체를 보니 사인은 좀 연습이 필요해보인다. 글씨도 좀 그렇더라."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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