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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클린히트를" 천당과 지옥 오간 거포 루키의 좌충우돌 데뷔전, 행운의 결말은 해피엔딩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9-02 00:22 | 최종수정 2022-09-02 08:17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조민성이 타격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1/

[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군은 과정이 아닌 결과의 무대다.

1군에 올라오자마자 만화 같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경험치를 쌓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대가가 따른다.

삼성 루키 내야 유망주 조민성(19)이 9월의 첫날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데뷔 첫 1군 무대에서 좌충우돌 속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 앞서 확대 엔트리 5명 중 하나로 콜업된 조민성은 1군에 올라오자 마자 8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2회말 2사 2루 박동원 3루수 땅볼 때 1루수 조민성이 박동원과 충돌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1/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2회말 2사 2루 박동원 3루수 땅볼 때 1루수 조민성이 박동원과 충돌했다. 조민성이 박동원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1/
캡틴이자 리그 최고의 1루수 오재일 자리를 대신한 첫날 첫 선발 출전. 루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 초반부터 호수비와 실책을 오가며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2회말 수비는 제법 인상적이었다. 1-0으로 앞선 무사 1루. 조민성은 김선빈의 우익선상 강습타구를 잘 잡았다. 1루를 찍고 2루에 던져 병살을 시도했지만 송구가 살짝 높았다. 황대인의 1-2루 간 직선타도 잘 잡아냈다. 2루에 던져 포스아웃을 시도하려 했으나 유격수의 2루 커버가 늦었다. 박동원의 3루 땅볼 때 홈쪽으로 1루 송구가 치우치면서 주자와 충돌해 뒤로 넘어졌지만 아웃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강한 충돌이었지만 이내 훌훌 털고 들어가는 모습.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말 2사 1루 나성범의 1루수 땅볼 때 조민성이 공을 뒤로 빠뜨리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1/
하지만 3회말 수비는 악몽이었다.

2사 후 이창진의 유격수 땅볼을 강한울이 한번 더듬은 뒤 송구한 공이 살짝 짧았다. 숏바운드 캐치에 실패하며 1루에 세이프. 강한울의 실책이었지만 조민성도 잡아줄만 한 공이었다. 조민성은 후속 나성범의 평범한 땅볼에 바운드를 못 맞추며 뒤로 흘리는 실책을 범하며 2사 1,2루를 허용했다. 원태인이 최형우에게 볼넷으로 2사 만루 위기까지 갔지만 소크라테스를 뜬공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넘겼다. 조민성으로선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 3회 40구로 끝났을 원태인의 3이닝은 내야진 연속 실책 속에 54구까지 늘어나고 말았다.


타석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2회 2사 2루에서 맞은 프로데뷔 후 첫 타석에서 땅볼로 물러난 조민성은 1-0으로 앞선 4회 2사 3루에서는 볼넷으로 추가득점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의리와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커브 유인구를 골라 출루했다. 허탈해진 이의리가 박승규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6회초 무사 조민성이 안타를 치고 내가 축하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1/

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6회초 1사 1, 3루 김지찬의 1루땅볼 때 3루주자 조민성을 박동원이 저지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9.1/
2-0 으로 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선 3번째 타석에서는 좌완 김유신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수 앞 행운의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3타석 만에 데뷔 첫 안타. 기념구가 삼성 벤치로 전달됐다.

상대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한 조민성은 김지찬의 1루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하다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비디오 판독 결과도 번복은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2사 1,2루에서 피렐라의 천금 같은 적시 2루타로 3-0을 만들었다.

실수가 있었던 상황이 묘하게 좋은 방향으로 결말이 났던 행운의 사나이. 팀도 4대1로 4연승을 달리며 조민성의 우당탕탕 콜업 첫날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경기 후 조민성은 "첫 타석에 떨렸는데 두번째 타석부터는 공이 잘 보였던 것 같다. 첫 안타는 운이 좋았는데 다음에는 깨끗한 안타를 치고 싶다"며 "오늘은 내 스윙의 50%만 했던 것 같다. 볼끝이 좋아 조금씩 늦었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수비는 늘 긴장하는데 오늘 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6회 주루사에 대해서는 "홈으로 던지면 런다운에 걸리라고 하셨는데 승부가 될 것 같아서 슬라이딩을 했는데 다리가 느려서 아웃된 것 같다"고 겸연쩍어 했다.

정신 없었던, 하지만 잊을 수 없는 하루가 지났다. 타격 만큼은 분명 대성할 가능성이 엿보였던 거포 루키의 데뷔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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