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다"던 불운남, 불펜 추월은 못 참지 "진심 발끈 하더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8-30 02:27 | 최종수정 2022-08-30 06:33


2022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수아레즈, 김태군. 창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7.01/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불펜투수 홍정우(26)가 불펜 필승조로 돌아왔다.

지난 26일 콜업된 홍정우는 2경기 연속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이닝 동안 1안타 1볼넷만 허용했다. 탈삼진은 무려 4개였다.

지난 6월4일 두산전 이후 83일 만인 26일 롯데전에 등판한 홍정우는 이학주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정 훈, 렉스, 전준우 등 롯데 중심타자 3명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고 144㎞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떨어지는 포크볼의 조화가 빛났다.

다음날인 27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0-4로 뒤지던 5회 등판해 1이닝을 삭제했다. 노시환 김인환 등 중심타자들을 포크볼로 뜬공 유도했다. 하주석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정은원을 또 다시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총 14개의 공 가운데 직구는 단 2개 뿐이었다.

삼성 타선이 5회말 대거 6득점 하며 홍정우는 시즌 5번째 구원승을 챙겼다.

5승은 삼성 전체 투수 중 붙박이 선발 원태인(8승)과 뷰캐넌(6승) 다음으로 많은 승수다.

중요한 순간 상대 중심타선을 봉쇄하고 얻어낸 당당한 승리. 하지만 쌓여가는 구원승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한 사람이 있다.


28일 대구 한화전에 앞서 인터뷰 하는 홍정우.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홍정우가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6.04/
리그 최고 '불운남' 알버트 수아레즈다.


수아레즈는 2.67의 평균자책점에도 단 4승에 그치고 있다. 타선과 불펜 지원을 받지 못하는 탓이다.

홍정우가 더욱 미안해 하는 이유는 시즌 초 수아레즈의 승리를 본의 아니게 가로챈 탓이다.

5월15일 대구 두산전에서 3-2로 앞선 8회초 등판한 홍정우는 김재환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다. 삼성은 8회말 바로 득점을 올려 4대3으로 승리했다. 홍정우의 시즌 첫 구원승이었다.

"수아레즈 승리를 제가 못 지켜서 미안하다고 했었거든요. 수아레즈도 그때는 '괜찮다 괜찮다' 이랬는데 어제는 제 승리가 자기보다 더 많아졌다니까 '에이~' 그러면서 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부쩍 강해져서 돌아온 홍정우. 그때 그 마음의 빚을 실력으로 갚을 참이다.

30일 대구 SSG전에서 수아레즈는 지난 6월25일 한화전 이후 9번째 5승 도전에 나선다.

"2군에 있는 동안 체력 훈련과 함께 변화구 제구를 가다듬었다"는 홍정우는 "수아레즈 경기는 무조건 지켜야죠"라며 필승 의지를 밝힌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과 힘이 붙은 패스트볼 위력이면 충분히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당당한 필승조 일원으로 듬직하게 돌아온 홍정우. 남은 시즌 그의 활약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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