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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흠뻑 뒤집어쓴 38세의 베테랑 투수. "끝까지 응원하며 승리를 맛보신 여러분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며 팬들을 향해 미소 짓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SSG의 최고참 투수 노경은이 끝내기 승리 물세례의 주인공이 됐다.
5일 경기에서 삼성이 10회 연장 승부 끝에 3대1로 승리한 가운데 6일 2차전에서도 5회까지 삼성이 6-3으로 앞섰다.
6회 2점을 추격한 SSG는 7회 김강민이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트리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 모두 추가 득점 없이 경기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양 팀 합계 14명의 투수가 등판한 총력전. 10회초 노경은이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노경은은 이날 등판 계획에 없던 투수다. 2일 2이닝, 4일 1이닝, 5일 1이닝을 던진 노경은에게 김원형 감독은 경기 전 일일 휴무를 통보했다. 하지만 연장전까지 팽팽한 게임이 진행되자 이 38세 노장이 자원 등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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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말 선두타자 박성한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다. 오태곤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그러자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이 김강민과 이재원을 연속 고의사구로 내보내며 벼랑 끝 만루작전을 폈다.
SSG 김원형 감독이 최경모 타석에서 김민식을 대타로 냈다. 그런데 삼성 최충연의 초구가 김민식의 다리 쪽으로 빠지며 폭투가 나오고 말았다. 3루 주자 박성한이 여유 있게 홈인하며 4시간 40분을 넘긴 11회 연장 승부가 홈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물병을 들고 끝내기 물세례를 준비했던 SSG 선수들이 차분하게 그라운드로 나왔다. 주인공을 찾기가 애매했다. 폭투로 게임을 내 준 상대 팀 투수를 배려한 측면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서진용을 시작으로 몇몇 선수들이 노경은의 머리와 얼굴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3일 연속 등판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은 노경은. 오로지 팀만 생각한 최고참의 승리에 감동한 후배 투수들이 뿌린 '생명수'에 노경은의 미소가 유난히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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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노경은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SSG 김원형 감독이다. 박종훈 문승원의 부상으로 붕괴된 SSG의 선발 마운드를 노경은이 메꿔줄 수 있을 거란 김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노경은은 4월 선발 5경기에 출전해 3승2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김 감독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4월 28일 롯데전에서 얼굴 쪽으로 날아든 직선타를 막으려다 오른쪽 검지가 골절되고 만 것. 다행히 수술은 피했지만 두 달을 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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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이 벌써 9승을 거뒀다. 에이스 김광현과 똑같은 승수다.
하지만 불혹을 앞둔 베테랑은 욕심이 없다. "팀의 빈자리를 메꾸는 게 내 임무다. 1군에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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