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교환' 후 KK에 옆구리 강타당한 야생마, 번개 처럼 뛰쳐나간 이유는?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8-04 12:50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1,2루 SSG 김광현이 푸이그에 사구를 내준 후 미안함을 전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8.03/

[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전직 빅리거들의 품격이 묻어나는 맞대결이었다.

'KK' 김광현이 키움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와 멋진 승부를 펼쳤다.

김광현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즌 10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5안타 4사구 5개, 5탈삼진 2실점 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시즌 14번째 퀄리티스타트를 키움 선발 안우진의 7이닝 3안타 무실점 완벽투에 밀려 시즌 2패째와 함께 10승 달성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김광현은 이날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4사구를 5개나 내줬다.

하지만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는'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기어이 6이닝을 채우며 선발로서 임무를 다했다.

'메이저 vs 메이저' 푸이그와의 승부가 흥미로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광현은 푸이그를 상대로 6타수무안타 3탈삼진으로 완벽하게 봉쇄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푸이그는 작심한듯 노스텝으로 왼발을 미리 찍어놓고 김광현의 유인구를 차분하게 골라냈다.

1회 첫 타석에서도 체인지업 유인구를 잇달아 참아낸 뒤 3B1S 타자의 볼카운트에서 145㎞ 패스트볼을 노려쳤지만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1-0으로 앞선 3회 2사 1루에서 푸이그는 김광현의 145㎞ 초구 직구를 강타해 우중간을 갈랐다. 1루주자 이정후를 불러들이는 적시 2루타. 타구속도가 무려 171㎞에 달할 만큼 재대로 맞은 타구였다. 김광현을 상대로 8타석 만에 뽑아낸 첫 안타.

2-0으로 앞선 5회 2사 1,2루. 한방이면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고비에서 두 선수는 세번째로 만났다.

1B2S에서 김광현이 많이 던지지 않는 홈플레이트에 떨어지는 커브로 유인구를 던졌다.

꿈쩍도 않고 꾹 참아낸 푸이그가 빙긋 웃었다. 중계를 하던 김재현 해설위원은 "'너 그거 던질줄 알았다'는 미소"라고 해석했다. 이번에는 빠른 슬라이더를 땅에 떨어뜨리며 푸이그의 스윙을 유도했다. 또 한번 참아낸 푸이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또 한번 웃었다. 마치 '그것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푸이그의 반응을 본 김광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3B2S 풀카운트.

김광현의 최종 선택은 몸쪽 꽉 찬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순간 힘이 들어가며 푸이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승부에 초집중하던 푸이그는 아픈 티 조차 내지 않고 전광석화 처럼 빠르게 뛰어 1루로 향했다.

'이게 아닌데'라는 듯 김광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2사 만루.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만루 SSG 김광현이 키움 김혜성을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친 후 사구를 맞았던 푸이그에 미안함을 전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8.03/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1,2루 SSG 김광현이 푸이그에 사구를 내준 후 미안함을 전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8.03/
큰 위기였지만 김광현은 푸이그를 향해 손짓으로 자신의 실수였음을 알리며 미안함을 표했다. 푸이그는 헬멧을 터치한 뒤 양팔을 펴며 '전혀 괜찮다'는 표시를 적극적으로 했다. 김광현은 김혜성을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마치면서도 푸이그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미안함을 표시하며 엉덩이를 툭 쳤다.

메이저리거 출신 김광현의 실력, 그가 초집중해 던진 공이 손에서 빠졌음을 푸이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풀카운트 사구에도 전혀 불만 없이 총알 같이 1루로 달려 나갔던 것이다.

전직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두 선수의 집중력 있는 수 싸움. 이날 경기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아쉬운 사구로 귀결됐지만 서로를 인정하는 두 선수의 훈훈함이 큰 여운으로 남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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