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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선수들은 안다. 이미 느끼고 있다. 가을, 최고의 무대에서 만날 공산이 큰 상대임을….
평균자책점 1위(1.52)의 김광현과 다승 1위(12승) 켈리 간 에이스 맞대결. 양 팀 선수들은 바짝 집중했다. 벤치는 "아직 6차례나 맞대결이 더 남았다"며 짐짓 시즌 1경기인 것 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실제 속내는 달랐다.
후반기 첫 시리즈이자 에이스 맞대결에서 밀리면 여파가 가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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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루틴과 흐름을 지켰다. 한 템포 빠른 피칭과 허를 찌르는 패턴으로 군더더기 없는 흐름을 이어갔다. 나란히 7이닝 이상 씩 길게 마운드에 머물며 선발투수의 역할이 무엇인지 온 몸으로 보여줬다. 한 이닝 3실점을 하고도 곧바로 반등하는 회복탄력성도 대단했다.
양팀 야수들도 고도의 집중력으로 맞섰다.
LG가 3회 이재원의 선제 투런포와 문성주의 적시타 3점을 얻었다. SSG는 4회 박성한의 적시 2루타와 라가레스의 동점 2타점 적시타로 3-3 균형을 맞췄다. SSG는 6회 선두 최 정의 솔로포로 4-3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9회 2사 후 오지환이 극적인 솔로홈런으로 다시 4-4 동점을 만들었다. 9회 2주 만에 등판한 LG 마무리 고우석이 밸런스를 찾지 못하며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팽팽한 한국시리즈 같은 흐름이었다.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5대4로 승리한 SSG 김원형 감독은 경기 후 "에이스간 매치 답게 치열한 승부였다. 광현이가 초반 3실점 했지만 에이스답게 7회까지 책임감을 보여주는 피칭을 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야수들도 집중력 있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결승전이라는 느낌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피로도가 많이 쌓일텐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을 칭찬하고 싶다. 평일임에도 많은 팬분들이 오셨는데 기분 좋은 승리의 선물을 드린 것 같다"고 멋진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SSG 뿐 아니라 양 팀 야수들은 몸을 날리는 잇단 호수비로 평일임에도 1만5059명이나 모인 관중을 위해 최선을 다해 명승부를 펼쳤다. 이런 수준 높은 경기를 본 팬들은 자연스레 다시 야구장을 찾는다.
전날인 27일 삼성-한화전이 열렸던 포항에서 한팀은 7점 차 리드를 불펜이 날려먹고, 또 다른 한팀은 덕아웃에 공을 던져 결승점을 내주는 어이 없던 하위권 두팀의 눈살 찌푸리게 한 졸전과 대비되는 모처럼 짜릿한 명승부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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