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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팬들의 바람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리는 역사적인 대패. 롯데 자이언츠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밤이었다.
롯데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0대23으로 졌다. 9이닝 동안 무려 23실점을 했고, 그사이 1점도 뽑지 못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글렌 스파크맨은 2회까지는 2점으로 잘 막다가 3회부터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파크맨이 3이닝 6실점을 기록하고 무너진 후 롯데는 진승현-김민기-문경찬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렸으나 이 투수들이 나란히 5실점씩을 기록했다. 3회 3실점, 4회 6실점, 5회 10실점. 투수 소진이 너무 커 결국 필승조 최준용과 김원중까지 등판했다.
힘이 빠지는 결과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롯데는 올 시즌 이대호가 현역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은퇴 시즌에도 타율, 최다 안타 부문 1-2위를 다툴 정도로 여전히 기량이 좋은 이대호다. 팬들은 그런 이대호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이대호는 "내 입으로 뱉은 말(은퇴)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렇다면 팬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작별은 이대호와 멋지게 '시즌 피날레'를 하는 것이다. 이대호 역시도 바라는 장면이다. 그가 꿈꾸는 최고의 마지막은 롯데 자이언츠가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하는 것이다. 롯데의 마지막 우승은 1992년. 벌써 30년이 지난 일이다.
현실적으로 롯데가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을 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가을 야구 정도는 충분히 꿈꿔볼 수 있다. 롯데는 올스타 휴식기 전, 전반기를 6위로 마쳤다. 5위 KIA와의 격차를 후반기 시작과 함께 좁혀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고, 그렇게만 된다면 가을 야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기로 한 것도 승부수였다.
그런데 이 승부수가 허망해지고 말았다. 롯데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KIA와의 홈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5위와의 순위 격차도 6경기 차로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23점차 대패는 팬들에 대한 배신과도 같았다. 단순한 1패가 아닌 셈이다. 최대한 빨리 대패의 흔적을 추스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팬들을 위한 길이다. 롯데와 이대호는 그토록 바라던 '해피 엔딩'을 할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