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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아직도 감각이 남아있어요."
100세이브를 달성하던 날. 고우석은 진땀을 뺐다.
4-1로 앞선 연장 10회말 선두타자 김준완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이후 송성문과 이정후의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홈런 한 방이면 경기를 내주게 되는 상황. 침착하게 전병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웅빈의 투수 땅볼 때 3루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한 점을 허용한 고우석은 박준태의 몸 맞는 공으로 다시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김재현을 시속 155㎞로 삼진 처리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어렵게 손에 잡은 100번째 세이브. 고우석은 "전과 같았다면 아마 점수가 크게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위기의 경험이 고우석을 '특급 마무리투수'루 거듭나게 했다.
2017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2019년 35세이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고우석은 "첫 세이브와 두 번째 세이브가 기억에 남는다"라고 운을 뗐다. 고우석의 첫 세이브는 2019년 4월21일 키움전. 당시 고우석은 1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와 입맞춤했다. 고우석은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마음으로 아무생각없이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고우석을 마무리투수로서 한 단계 도약을 이끈 건 일주일 뒤인 4월28일 삼성전. 당시 고우석은 1이닝을 1안타 1사고 2탈삼진 무실점을 했다. 고우석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첫 세이브를 올리고 일주일 뒤였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1점 차 였는데 마지막에 변화구로 스크라이크를 잡았다. 당시 고우석은 2-1로 앞섰던 9회말 2사 1,2루에서 박계범과 9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1구부터 8구까지 모두 직구였지만, 마지막 9구 째는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고우석은 "그때 안타를 맞았으면 이후 어려움을 겪었을 거 같다. 상대에게 커트를 계속해서 당하다가 마지막에 변화구를 던졌는데 정말 한복판에 들어갔다. 그 때의 손 감각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고우석은 "배짱만 가지고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기를 하면서도 안 좋은 컨디션에서 좀 더 빨리 찾아갈 수 있는 노하우가 조금 생긴 거 같다"라며 "완벽한 선수는 없지만, 완벽함을 추구하고 싶다. 한 가지만 파고드는 투수보다 여러가지를 잘하고 싶은 투수가 되고 싶다. 장점은 빠른 공이지만, 이 장점을 잃지 않고 다른 구질도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