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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승엽 선배를 넘어섰다고 보진 않는다"
박병호는 "'최초' 기록에 내 이름이 걸려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장타를 만들어야 하는 타자이기 때문에 20홈런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팀에 도움이 됐다는 점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6월 들어 투-타에서 모두 잘 해주고 있는데, 나는 이달 들어 부진했던 게 사실"이라며 "강백호 등 동료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에 팀이 추가점을 내는데 공헌했다는 점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홈런 레이스에서 선두로 쾌속 질주 중이다. 4월 한 달간 5홈런으로 출발한 박병호는 지난달 11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가파르게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이달 들어 월간 타율이 1할대로 주춤했고, 홈런 페이스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인천 SSG전, 17일 잠실 두산전 등 1주일 사이 홈런 두 개를 치면서 20홈런에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고, 결국 안방에서 9년 연속 20홈런의 역사를 쓰는데 성공했다. KT 유니폼을 입기 전 뒤따랐던 에이징 커브 우려를 멋지게 벗어냈다.
이날 홈런으로 이승엽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두고 박병호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승엽 선배는 말 그대로 대단한 선수였다. 대선배의 이름과 함께 내가 거론될 때마다 '내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감탄할 때가 많았다"며 "지금도 이승엽 선배와 나란히 거론되는 것 만으로도 영광스럽다. 내가 넘어섰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처럼 40세 이상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픈 욕심에 대해선 "KT와 동행하는 3년 간 성적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나. 한때 3년 뒤 은퇴한다는 생각을 하니 많이 슬프긴 했다. 먼 미래이기는 하지만 몸 관리를 잘 하고 타격 기술을 잘 지키면서 노력해보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홈런 부문 선두인 박병호는 "KT에 오면서 다짐한 게 기록에 대해 의식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시즌 막판 기록 경쟁을 할 수도 있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팀과 함께 시즌을 잘 마치고 개인 기록을 살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