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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근, 피해 다녔다" 잃어버린 1년반의 고통, 가장 힘들었던 건 '소리'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6-08 03:49


7일 SSG전을 앞두고 인터뷰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는 구창모. 창원=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 있다. 잘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 좌완 바통을 이어받을 청년 에이스 구창모(25).

그도 많이 힘들었다. 막 껍질을 깨고 최고 반열에 오르려던 차,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통증과 부상의 늪이었다.

기나긴 재활과정. 올라갈 만 하면 약 올리듯 번번이 탈을 일으켰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

암담했던 그 시절, 그의 뇌리에 깊은 고통으로 남아있다.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소리'였다.

마산야구장은 창원NC파크 바로 옆에 있다. 애매한 낮경기 때는 관중 함성이 적나라 하게 다 들린다.

"확실히 2군 구장이 가까이 있어서 오후 2시나 5시 경기 때 팬 분들이나 엠프 소리가 다 들려요. 그것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주니까…. 그래서 그런 날은 퇴근을 더 빨리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안 마주치려고요."


고통의 순간. 무의식적 습관으로 남아있다. 구창모는 아픈 데가 없는데도 가끔 한번씩 왼 팔을 만진다. 자신도 모르는 새 통증 재발에 대한 무의식적 우려의 표시다.

"그래도 그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아플 때 습관적으로 만지다 보니 아프다기 보다 사실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인데요. 안 좋은 모습이니 앞으로는 조금씩 안하도록 해야죠."


구창모.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들.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고통도 없다. 고생한 만큼 행복의 시간이 바짝 다가왔다.

2020년 가을야구 이후 1년 반 만의 복귀. 순조롭게 연착륙 했다.

더 성숙하고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돌아왔다. 2경기 2연승, 평균자책점은 0.00이다. 복귀전인 지난달 28일 롯데전에서 5⅓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워밍업을 마쳤다. 두번째 등판인 3일 롯데전에서는 7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강력한 모습을 뽐냈다.

"첫 경기에는 긴장이 돼서 공이 원하는 대로 안 들어갔는데 두번째 경기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기였습니다. 앞으로 스스로 더 기대가 됩니다."

조심스러운 자신감. 리그 최고 좌완 김광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에이스의 귀환이다.

그때는 피하고 싶었던 홈 팬들의 함성과 응원 소리. 이제는 에너지원이다. 힘이 불끈불끈 나게 하는 아드레날린의 원천. 더 이상 아팠던 팔도 만지지 않으려 한다. 바야흐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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