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이후 28년만' 만22세 LG 만루포. 1m92 거포가 되새긴 '홈런 세리머니' 흑역사 [부산포커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6-02 07:05 | 최종수정 2022-06-02 08:51


인터뷰에 임한 LG 이재원. 김영록 기자

'김재현 이후 28년만' 22세 만루홈런 때린 LG 타자가 되새긴 '홈런 세리머니' 흑역사 [부산포커스]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LG 트윈스팬을 설레게 하는 남자가 있다.

주로 7~8번에 배치된다. 하지만 올시즌 성적은 타율 3할1푼5리(73타수 23안타)에 6홈런 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가 1.049에 달하는 공포의 7번타자다. LG 트윈스 이재원(23)이다.

이재원은 1일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14대5 대승을 이끌었다. 1회 롯데 나균안에게 만루포를 쏘아올렸고, 이후에도 적시타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2타점을 추가했다. 6타점은 프로 입단 이래 1경기 최다 타점이다. 8경기 연속 안타는 덤.

1994년 김재현 이후 '만 22세 시즌에 만루홈런을 친 첫 LG 타자'로 기록됐다. 김재현은 데뷔 첫해인 1994년 8월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이상목을 상대로 데뷔 첫 만루홈런을 쏘아올린 바 있다.

4회 밀어내기 볼넷을 얻을 때 '한만두(한경기 만루홈런 2개)' 욕심은 없었을까. 이재원은 "전혀 없었다. 아직 이긴 것도 아니지 않나. 계속 점수가 나야된다는 생각만 했다"고 답했다. 그는 "덤비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쳤다. 운이 좋았다"며 수줍게 웃은 뒤 "내 역할은 상하위타선을 이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원은 5월 들어 꾸준히 주전으로 뛰고 있다. 더이상 다음 경기 출전 여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드시 결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지고, 타석에 임하는 마음이 편해지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뜻하지 않은 실수의 순간도 떠올렸다. 3회초 1타점 2루타로 출루한 이재원은 이어진 김민성의 2루타로 3루를 밟았다. 6-3으로 앞선 1사 2,3루 상황에서 타자는 허도환.


여기서 스퀴즈 지시가 나왔다. 허도환과 이재원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허도환이 배트를 뺀 걸 미처 보지 못했다. 이재원은 재빨리 귀루했지만, 롯데 포수 안중열의 견제에 걸려 아웃됐다.

"머릿속에 홈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너무 많이 나왔다. 번트를 대는지 안 대는지는 보이지 않았고, 포수가 공을 잡는 순간 뛰어들어갔는데 이미 늦었더라."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LG가 롯데에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LG 이재원.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6.01/
이재원은 뜻하지 않은 '흑역사'도 떠올렸다. 지난달 29일 삼성 라이온즈전 4회, 이재원은 삼성 황동재를 상대로 3점 홈런을 쳐낸 뒤 격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배트를 들고 있다가 그대로 내팽개친 것. 소위 말하는 '빠던(배트 플립)'이다.

그런데 이날 LG는 4대8로 역전패했다. 이재원 입장에선 설레발 흑역사가 된 셈. 그는 "집에 가서 이불킥 엄청 했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라운드 돌면서도 너무 일찍 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경기 막바지도 아니고 4회였는데…나도 모르게 나왔던 것 같다. 이젠 안 하려고 한다."

격려 섞인 놀림이 쏟아졌다. 오지환, 김현수, 김민성 등은 선배들은 "잘했다. 계속 그렇게 하라"고 입을 모았다. 김현수는 "사구 맞으면 다 뛰어나갈 거다. '푸이그만 피하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이재원은 "홈런 치고 무덤덤하게 들어오는게 더 멋있는 거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홈런으로 지난시즌 홈런(5개)를 넘어섰다. 이재원은 "의미 두지 않겠다. 앞으로도 계속 쳐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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