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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타석에 들어서기에 앞서 헬멧을 벗었다. 3방향의 관중석을 향해 허리숙여 인사를 건넸다.
지난겨울 15년간 함께 해온 롯데를 떠나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64억 FA'가 됐다. 시즌초에는 부진했지만, 차츰 컨디션을 끌어올려 타율 3할에 가까워지고 있다. 손아섭은 "맞추는데는 자신있다. 하지만 좀더 완벽한 스윙이 나와야 장타를 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멤버들과 함께 뛰는 건 영광이다. 지금의 위기만 잘 넘기면 될거라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범경기 때 사직구장은 이미 방문했었다. 지난달초 친정팀과의 첫 경기도 치렀다. 시즌이 개막한지도 한달 넘게 지났다.
여전히 롯데 선후배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팬심은 다를 수 있다.
1회초 손아섭은 첫 타석에 들어서기에 앞서 부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팬들은 '떠나간 영웅'을 향해 박수를 쳤다.
하지만 손아섭이 2번째 타석에 들어서자 롯데의 응원소리는 한결 커졌다. 2스트라이크가 되자, 선발투수 박세웅을 향한 삼진 콜도 나왔다. 손아섭이 3타석 연속 내야땅볼로 아웃되자 뜨거운 환호가 뒤따랐다. 손아섭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진명호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며 체면치레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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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저지를 입은 박동준씨(27)는 "배신감이 크다. 롯데 남을 거라는데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NC 갔다는 소리 듣고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아직도 솔직히 밉고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들어오자마자 인사부터 하고, 또 팬들이 박수쳐주는 거 보니 의미 있는 선수는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등에 25번(한동희)이 빛나는 이영우씨(21)는 "롯데 야구 본지 2~3년밖에 안됐다"고 선을 그은 뒤 "프로선수인 이상 FA 이적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원망스럽거나 하진 않다"고 답했다. 이어 "트레이드도 아니고 FA로 떠난 선수에게 이렇게 박수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 최동원을 향한 팬심을 드러낸 김진영씨(48)는 "왔다고 인사하는 거 보니 짠하다. NC에서 잘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팀 상대론 못하길 바란다"며 웃었다.
이날 손아섭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빛났다. 3회말 2사 2루에서 피터스의 우익수 쪽 파울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건져올리는가 하면, 4회말에는 추재현의 적시타 때 3루로 내달리던 정보근을 정확한 송구로 잡아내 부산 팬들의 아쉬운 탄성을 이끌어냈다. 실전에 임하는 태도는 역시 프로였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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