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34승 레전드→1위팀 감독은 발상부터 다르다 "고효준 제구 살린 비결은" [SC 포커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5-02 22:53 | 최종수정 2022-05-03 06:17


2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 경기. SSG가 6대1로 승리했다. 김원형 감독이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20/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우리도 발상을 바꿔보자고 강조했다."

선두를 달리는 SSG 랜더스. 돌풍의 주역들이 많다. 가장 최근에는 베테랑 좌완 고효준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한국 나이로 40세. 최근 2년 동안 2번이나 방출의 아픔을 겪었지만, 입단 테스트를 거쳐 들어온 SSG에서 선수 생활 황혼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시즌 7경기 8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이 0.00이다. 김태훈을 대신해 SSG의 좌완 필승조로 우뚝 섰다.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지만, 고효준의 구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제구다. 2002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효준에 대한 야구계의 평가는 한결 같았다. 좌완투수로서 빠른 공은 훌륭하지만, 이를 살릴 제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20년 가까이 자신을 따라다니던 꼬리표인데, SSG에서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40의 나이에도 140km 중반대 속구를 뿌리는데, 이 공이 제구가 되니 타자들은 공략이 힘들다. 고효준은 제구가 안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타자들이 방심을 한다거나, 혹시나 몸쪽으로 올까 움찔하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고효준이 제구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다. SSG 김원형 감독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김 감독은 "고효준은 제구 불안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이 문제만 해결하면, 많은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구위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고 말하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때 투수코치와 배터리코치에게 각각 주문을 했다. 2S가 될 때까지 실전에서 변화구만 던지게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을 담은 얘기였을까. 김 감독은 "고효준은 직구에 강점을 가진 선수였다. 그동안 늘 직구 승부를 고집했다. 그런데 제구가 안되니, 직구를 던지다 볼 1, 2개를 먼저 주고 타자와 싸웠다. 그러니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역으로 직구가 아닌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나가보자고 했다. 투수코치에게는 고효준이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흔들지 못하게 했고, 배터리코치에게는 계속해서 변화구 사인을 내게 했다. 그러니 시범경기에서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아마 자료를 찾아보면 올해 변화구 구사 비율이 예년에 비해 매우 높을 것이다. 이게 고효준의 자신감도 살리고, 직구의 위력도 살리는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코치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 그동안 수많은 파이어볼러 유망주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된 문제가 제구다. 많은 지도자들이 그 구위가 아까워 제구를 잡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5년 이상 제구가 안잡히는 선수들을 위해 우리도 발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5년 이상이면 선수들도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텐데,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차라리 변화구를 연습해 그쪽으로 패턴을 바꿔본다는 모험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직구가 장점인 투수를 아예 변화구 피처로 바꾸자는 게 아니라, 그 변화구 구사로 제구와 직구 위력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택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