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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우리도 발상을 바꿔보자고 강조했다."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지만, 고효준의 구위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제구다. 2002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효준에 대한 야구계의 평가는 한결 같았다. 좌완투수로서 빠른 공은 훌륭하지만, 이를 살릴 제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20년 가까이 자신을 따라다니던 꼬리표인데, SSG에서 그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40의 나이에도 140km 중반대 속구를 뿌리는데, 이 공이 제구가 되니 타자들은 공략이 힘들다. 고효준은 제구가 안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타자들이 방심을 한다거나, 혹시나 몸쪽으로 올까 움찔하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무슨 뜻을 담은 얘기였을까. 김 감독은 "고효준은 직구에 강점을 가진 선수였다. 그동안 늘 직구 승부를 고집했다. 그런데 제구가 안되니, 직구를 던지다 볼 1, 2개를 먼저 주고 타자와 싸웠다. 그러니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역으로 직구가 아닌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나가보자고 했다. 투수코치에게는 고효준이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흔들지 못하게 했고, 배터리코치에게는 계속해서 변화구 사인을 내게 했다. 그러니 시범경기에서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아마 자료를 찾아보면 올해 변화구 구사 비율이 예년에 비해 매우 높을 것이다. 이게 고효준의 자신감도 살리고, 직구의 위력도 살리는 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코치들과 얘기를 많이 했다. 그동안 수많은 파이어볼러 유망주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된 문제가 제구다. 많은 지도자들이 그 구위가 아까워 제구를 잡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5년 이상 제구가 안잡히는 선수들을 위해 우리도 발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5년 이상이면 선수들도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텐데,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차라리 변화구를 연습해 그쪽으로 패턴을 바꿔본다는 모험을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직구가 장점인 투수를 아예 변화구 피처로 바꾸자는 게 아니라, 그 변화구 구사로 제구와 직구 위력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택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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