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루이즈도 죽 쑤는데…, 버리라고 했던 2년차 캡틴 오기의 업그레이드→4할대 맹폭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5-01 08:56 | 최종수정 2022-05-01 09:06


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삼성 피렐라.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29/

[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년을 검증했는데 그만한 타자는 지금 시장에 없습니다."

지난해 말 호세 피렐라의 거취를 놓고 삼성 팬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전반기만 못했던 후반기, 풀타임 외야수비에 나설 수 없는 반쪽 논란 등 교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하지만 당시 삼성 홍준학 단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관성 있게 재계약 필요성을 주장했다.

재개됐지만 여전히 불완전하게 운영됐던 미국 마이너리그. 꾸준한 출전 속에 타격감을 유지해야 하는 타자들에게는 악재였다.

일찌감치 삼성으로부터 재계약 의사를 전달받은 피렐라는 차분하게 두번째 시즌을 준비했다.

고질이던 발바닥 통증을 치료하며 수비 비중 확대를 준비했다. 멀어지는 유인구에 많았던 헛스윙을 줄이기 위해 1년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투수들의 패턴 파악에 주력했다.

다시 돌아온 피렐라. 삼성의 판단은 옳았다. 2022년 판 피렐라는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삼성 피렐라의 타구를 KIA 2루수 김선빈이 처리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29/

뚜껑을 열기 무섭게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30일 현재 25경기 중 무안타 경기는 단 4경기 뿐. 4할 타율을 넘나들며 롯데 한동희, SSG 한유섬에 이어 타격 3위, 39안타로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이 2개로 줄어든 듯 보이지만 장타율이 0.550으로 3위다.

무엇보다 영양가가 부쩍 높아졌다.

주자 있을 때 타율이 무려 0.386. 득점권 타율도 0.367에 달한다.

컨택률이 부쩍 높아졌다. 삼진 13개로 2경기 당 하나 꼴에 불과하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48타수17안타로 타율이 무려 0.354에 달한다. 어려운 공을 긴 리치를 활용해 커트해내고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업그레이드 버전 피렐라의 핵심이다.
2022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6회말 선두타자 삼성 피렐라가 솔로포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4.13/
29일 KIA전에서도 9회초 리그 최고 마무리 정해영의 바깥쪽 공을 커트하며 버텼다. 2B2S에서 7구째 몸쪽 147㎞ 패스트볼을 중전 적시타로 연결해 승리타점을 올렸다. 상대 투수와 싸움 과정이 확실히 달라졌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컨택 능력이 좋아져 헛스윙 비율이 줄고 인플레 타구가 많아졌다. 중요할 때 해결해줄 수 있는 공략 방법을 숙지하고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인구 대처에 대해서도 "어려운 공은 잘 치기보다 걷어내고 참아내고, 실투를 안 놓치는 것이 좋은 타자 능력인데 많은 투수를 경험하면서 대책을 마련했다"고 폭풍 칭찬했다.

지난해와 달리 수비도 많이 나간다. 지명타자 출전에 비해 좌익수로 두배 정도 많이 출전하고 있다. 특급은 아니지만 무난한 수비를 펼친다. 벤치는 피렐라가 비운 지명타자를 활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잘 치고, 잘 뛰고, 잘 받고 있는 셈. 강한 승부욕과 덕아웃 케미로 김헌곤이 잠시 비운 사이 외인임에도 임시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점도 피렐라의 가치다.

키움 푸이그, LG 루이즈, KT 라모스 등 한도를 꽉 채운 허명의 신입 외인들이 부진이나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 뉴 페이스 선수들은 한국야구 적응에 올시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활약을 통해 한국야구에 완벽적응한 데다 배드볼 히터 성향의 피렐라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들. 만에 하나 바꿨으면 어쩔 뻔 했을까. 삼성으로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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