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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꼴찌+병살 1위' 7년 연속 KS 가는 팀, 23년간 한번도 못가는 팀 [부산초점]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4-11 11:32 | 최종수정 2022-04-11 11:33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연장 승부 끝에 롯데에 4대 3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두산 선수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10/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경기 막판 동점 상황, 선두타자가 출루하자 번트로 진루시키고, 다음 타자가 적시타를 쳐서 불러들인다. 찬스에 임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되는 팀이 있고, 안 되는 팀이 있다.

10개 구단이 8경기씩을 소화한 11일 현재, 롯데는 4승4패로 공동 4위에 올라있다. 팀타율 3위(0.255) OPS 4위(출루율+장타율, 0.647) 평균자책점 3위(2.70) 등 공수에 걸친 탄탄한 전력이 드러난다. 이대호가 "왜 우리 팀이 2약이냐"며 억울해할만하다.

하지만 개막 첫주 내내 흐름을 끊는 병살, 횡사, 번트 실패, 폭투들이 눈에 띄었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 병살타 1위팀은 126~148개를 기록했다. 이중 140개를 넘긴 팀은 2016년(146개) 2020년(148개)의 롯데 뿐이다.

이번 시즌에도 첫 8경기에서 11개의 병살타를 기록하며 이부문 1위에 올랐다. 이밖에 도루 공동 꼴찌(3개) 도루 실패 1위(5개)의 성적표도 속상하다. 실책은 7개로 공동 4위. 지난해 서머캠프(올림픽 휴식기) 이후 서튼 감독이 집중 조련해온 인게임 기본기가 아직도 팀 전체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다. 느슨하면서도 조급한 플레이가 연발되고 있다.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4회 1사 1루에서 김재환의 내야 땅볼 타구를 안치홍 2루수가 2루에 악송구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10/
디테일에 강점이 있는 두산과의 3연전에서 한층 강렬한 대비가 이뤄졌다. 롯데는 11회 연장 끝에 역전패한 10일 경기에서 3-0 리드를 잡은 5회 1사 이후에만 병살타 3개를 치며 스스로 달아날 기회를 날려버렸다. 3점째를 뽑은 직후 지시완, 끝내기 찬스였던 9회 이대호의 병살타가 특히 뼈아팠다.

롯데는 4회 완벽한 시프트로 병살 찬스를 잡고도 한동희의 2루 악송구 실책이 나온데 이어, 8회 수비에서도 실점과 직결되는 실책을 거듭하며 두산의 추격을 허용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의 2루타 때 유격수 박승욱이 중계 플레이 도중 공을 흘렸고, 김재환의 적시타 때는 우익수 피터스가 공을 더듬었다. 정수빈은 2루에, 허경민은 3루에 멈췄다가 롯데의 실책을 확인한 뒤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실수를 파고든 것.

9회초에는 대주자로 나온 조수행이 안재석의 1,2루간 내야안타 때 지체없이 3루를 파고들었다. 이어진 정수빈의 외야 뜬공 때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수훈 플레이였다. 연장 11회말에는 그 조수행이 이번엔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고, 안재석이 깔끔한 번트로 2루에 보냈다. 그리고 정수빈의 적시타로 불러들이는 '야구의 정석'을 선보였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두산 윤명준의 볼이 빠진 사이에 2루주자 장두성이 홈으로 쇄도했으나 태그아웃을 당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09/

반면 롯데는 전날 정보근에 이어 이날 장두성도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에 실패하며 흐름을 끊었다. 장두성은 전날 1사 1,2루 상황에서 볼넷 겸 폭투가 나오는 순간 2루에서 홈까지 무리하게 파고들다가 여유있게 아웃되기도 했다. 그대로 3루에 머물렀다면 1사 만루에서 클린업 트리오인 안치홍-전준우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두산도 실수를 한다. 8일에는 김인태가 무리한 수비를 시도하다 볼을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고, 10일에도 김재환의 주루사, 페르난데스-강진성의 병살타가 있었다.

하지만 큰 문제 없이 수습된다. 정수빈과 허경민을 중심으로 뭉친 끈끈한 팀 컬러가 아쉬움을 날려버린다. 정수빈은 이번 3연전에만 안타 4개를 때려내며 공수에서의 부진을 씻어냈다. 그는 "못할 때나 잘할 때나 김태형 감독님과 이렇다할 대화는 없었다. 오랫동안 같이 야구했으니까 괜찮다"는 말로 팀 분위기를 정리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정수빈(오른쪽)과 김태형 감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4.10/
반면 롯데는 래리 서튼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적극적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팀이다. 문규현 수석을 비롯해 임경완(투수) 김평호 나경민(수비 주루) 등 1군 국내 코치진은 모두 이 분야에서 호평받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사령탑의 거듭된 지적에도 좀처럼 '디테일'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마지막 2이닝에서 동점을 만들고, 연장에서 승부를 뒤집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다. 서튼 감독의 말마따나 이런 순간순간들이 쌓이면 승리가 되고, 성적이 되는 것이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가는 팀과, 1999년 이후 23년간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팀의 차이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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