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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라요" 명예의 전당 예약한 MLB 전설, 고개 저은 2년차 거포의 마이웨이[대전피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2-03-01 00:48 | 최종수정 2022-03-01 03:49


'독수리군단 스무살 거포 탄생' 26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5회 한화 정민규가 KIA 이준형을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다.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정민규.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수베로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남자. 2년 차 내야수 정민규(19)다.

26,27일 KIA와의 캠프 첫 연습경기. 이틀 연속 4번 타순에 깜짝 배치됐다.

이유가 있을까. 28일 대전에서 만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정민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 처럼 극찬을 쏟아낸다.

"튼튼한 하체에 타구를 고른 방향으로 보내는 좋은 타자"라며 "방망이를 다룰 줄 아는 정교함을 겸비한 파워히터"라고 평가한다.

끝이 아니다. 직접 지어준 별명도 있다. '민규 카브레라'다.

메이저리그 레전드 미겔 카브레라(39·디트로이트)와의 비교. 카브레라는 수베로 감독의 모국 베네수엘라 역사상 최고의 야구선수 중 하나.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한 살아있는 전설다. 200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310, 2987안타, 502홈런, 1804타점을 올린 꾸준함의 상징. '전설의 영역'인 3000안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 된다.

수베로 감독은 "카브레라라는 별명에 적합한 장래성 지닌 선수"라며 정민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문제는 당장 맡을 포지션. 정은원 하주석 노시환으로 이어지는 한화 내야진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긍정적이다.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다. 한 포지션에 국한돼 있지 않다. 1루수, 2루수, 3루수, 지명타자, 심지어 서산(2군)에서는 외야에서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1군에 두고 쓰겠다는 암시다.

사령탑이 지어준 자랑스러운 별명. 하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글쎄요, 사실 그 선수(카브레라)가 어떻게 야구하는 지 잘 몰라요. 그래도 메이저리그 타자니까 좋은 거 같아요."

'검색도 안해 봤느냐'고 묻자 곧바로 "아니요"란 단호한 답이 돌아온다.

긍정적이면서 심플한 마인드. 거포로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제가 뛰는 타자는 아니잖아요. 장타를 쳐야하고 멀리치면 재밌잖아요. 후회가 남을 타석이 안되고 싶어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과감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 어떤 재능도 즐기는 선수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 영감을 준 대회가 있었다. 지난 가을 멕시코에서 열린 제3회 WBSC U-23 야구 월드컵이었다.


15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야구 U-23 대표팀과 U-18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렸다. U-23 대표팀 정민규.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9.15/
대표팀으로 발탁돼 참가한 정민규는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다.

"외국선수들의 마인드 배우는 기회가 됐어요. 나름 즐기면서 하자고 했는데 어느새 잘해야겠다는 압박을 받고 있더라고요. 즐기면서 하는 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싱글싱글 웃으면서 여유 있게 인터뷰를 소화하는 2년 차 신예. 배짱 두둑한 거침 없는 그라운드에서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다.

"수치상 목표는 없어요. 그저 1군에서 뛰면서 작년보다 나은 한해를 만드는 게 목표죠. 작년 시즌 1차지명 선수가 못해서 답답하셨을 텐데 올시즌은 마음을 고쳐먹고 더 열심히 했으니까 기대하시는 만큼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26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타격하고 있는 한화 정민규.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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