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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림픽 금메달도 있지만…(제리)로이스터 감독님 계실 때 야구를 참 즐겁게 했다.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로이스터 이전 롯데는 일명 8888577 비밀번호로 불리는 암흑기였다. 때문에 '노 피어'를 외친 로이스터 전 감독이 데뷔 첫해, 21세기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을 때만 해도 모두가 환호했다.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에게도 첫 포스트시즌이었다.
하지만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현실 속 로이스터 한계론이 떠올랐고, 그는 2010년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이후 수차례 복귀설이 떠올랐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뒤를 이어받은 양승호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2012년 이후 9년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이대호의 KBO 복귀 첫해였던 2017년이 유일하다. 로이스터 감독이 쌓아올린 '강팀 롯데'의 이미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팬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조차 로이스터 야구를 그리워하는 이유다.
올해로 불혹이자 은퇴 전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 이대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대호는 12일 롯데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마지막 시즌을 앞둔 속내를 털어놓았다. 쏙 빠져버린 얼굴 살만큼이나 솔직한 인터뷰였다.
이대호는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야구 인생을 돌아보면, 올림픽 금메달도 있고, 메이저리그(시애틀 매리너스)도 있지만, 역시 로이스터 감독님 계실 때가 가장 즐거웠던 시기인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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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튼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임 이후 언제나 '운동신경(athletic)'을 강조해왔다. 득점권 기회를 많이 만들고, 상황에 맞는 타격과 주루로 점수를 뽑는 야구를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이 "두려움이 없어야한다"는 것. "야구는 실수와 리스크를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다. 겁먹지 말고 적극적인 야구를 하라"는 게 서튼 감독의 입버릇이다. 이를 위해 이번 캠프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맞는 디테일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로이스터 전 감독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서튼 감독 역시 "노 피어 정신에 100% 동의한다. 당시 롯데는 영광스러운 야구를 했다. 한미일 어느 리그에서든 강팀은 자신감 넘치는 야구를 한다. 프로 선수에게 가장 큰 적은 겁먹고 움츠러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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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한번 말을 뱉었으니 책임져야한다"며 '은퇴 번복'의 가능성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작년 유한준 선배처럼 우승하고 은퇴하면 참 멋있을 것 같다"며 마지막 시즌을 정조준했다. "사직 3만명 팬을 꽉 채우고 야구할 때가 그립다. 다시 팬들과 호흡하고 싶다"는 절실한 속내도 덧붙였다.
손아섭(NC 다이노스)이 떠나면서 지난해 8위였던 롯데 전력은 한층 더 약해졌다. 이대호는 "다른 팀들은 우승을 노리며 전력을 보강하는데 우린 주축 선수가 빠졌다. 안타까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기는 게 스포츠다. 4강에만 오르면 우승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해=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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