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못이룬 호흡' 이학주+안치홍 90s 키스톤 콤비 결성되나? "내겐 마지막 기회" [SC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2-03 08:17 | 최종수정 2022-02-03 10:51


2019년 올스타전 당시 응원단장 의상을 입고 자신의 응원가 합창을 만끽하던 이학주. 스포츠조선DB

[김해=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수들도 '응원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더라."

2일 시작된 롯데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 '풍운아' 이학주가 첫 공식 석상에 섰다.

이학주는 지난달 24일 3년간 정든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27일에는 프로필 촬영을 위해 사직구장을 방문, 래리 서튼 감독과 짧은 첫만남을 가졌다. 서튼 감독은 '웰컴 투 패밀리 자이언츠'라고 외치며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인사를 건넸다.

선수단과의 상견례는 이날 비로소 이뤄졌다. 이학주는 "아는 선수는 여럿 있지만 친한 선수는 사실 없다. 전준우-정 훈 선배와 (안)치홍이가 반겨줬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주장 전준우는 "낯을 가리더라. 낯설고 어색해서 그렇다. 선수들은 운동하다보면 금방 친해진다"며 웃었다. 스스로 "부담감이 있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있다"고 말할 만큼, 빛나던 과거와 달리 위축된 이학주의 속내가 드러난다.

롯데에는 동갑내기 스타 안치홍이 있다. 고교 시절 이학주는 안치홍 김상수 허경민 오지환과 함께 한국 야구의 미래로 불리던 스타 유격수였다.

하지만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18세 이하(U-18) 야구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함께한 동기들과 이학주는 한발짝 떨어져있다. 각 팀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이들은 각기 다른 팀에 속해있어도 꾸준한 우정을 나눠온 사이. 반면 이학주는 미국 진출로 인해 야구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이후로도 뚜렷한 연결점은 없다. 안치홍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이학주가 "사실 야구장에서 많이 본 사이"라며 웃은 이유다.


인터뷰에 임한 이학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는 딕슨 마차도가 빠진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학주에 앞서 대체자로 거론된 배성근의 1군 유격수 경험은 83경기, 김민수는 12경기에 불과하다. 그간 닦은 기본기가 있다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선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베테랑 이학주가 영입된 것. 이학주는 올해 32세, 배성근과 김민수의 성장을 돕기에도 적당한 나이다.

이학주는 현재로선 주전 유격수는 커녕 약속된 자리가 없다. 그는 "아직 키스톤 콤비라고 말하기엔 많이 이르다. 그렇지 않나"라며 연신 손을 내저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예의와 더불어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백의종군의 다짐이다.


이학주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에 입단한 2019년 첫해 분위기는 좋았다. 순간순간 메이저리그급 센스를 뽐냈고, 9회 위기 상황에서 상대팀 팬들조차 합창할만큼 매력적인 응원가도 돋보였다. 올스타전에선 응원단장 의상을 입고 출전한 이학주가 타석에서 주도하는 가운데, 10개 구단 팬이 일제히 그의 응원가를 합창하는 명장면도 펼쳐졌다.


수비훈련 중인 이학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워크에씩(직업의식) 논란이 불거지며 2년간 64, 66경기 출전에 그쳤다. KBO 최고의 응원가도 이제 쓸수 없다. 이학주는 "내가 야구를 못해서 좋은 응원가가 묻혔다. 팬분들을 많이 실망시켰다. 워크에씩 문제도 없지 않아 있었다. 새로운 팀에선 선수들과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이학주 트레이드 직후 "누구에게나 두번째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학주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겠다. 공 하나하나에 절실하게 집중하겠다"며 한층 결연하게 답했다.

서튼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모든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자유로운 경쟁 안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팀의 리더로서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선입견 없이 이학주를 대하겠다는 다짐이다.


김해=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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