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줌인]허경민 7년, 정수빈 6년. 이제 KBO도 장기계약 시대가 오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0-12-16 12:01


정수빈이 6년간 최대 56억원에 두산 베어스와 FA 계약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젠 KBO리그도 장기계약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이제껏 FA 계약은 4년이 기본이었다. FA 자격을 재 취득하는 기간이 4년이라 4년 뒤 다시 FA를 하기 위해 선수들이 대부분 4년 계약을 원하고, 구단 역시 4년을 기준으로 액수를 책정한다. 물론 선수의 나이와 기량 들을 감안해 기간이 1∼3년이 되기도 하고 2+1년, 1+1년 등의 옵션 계약도 한다.

이번 FA에서 눈에 띄는 것은 4년을 넘어서는 계약 속출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두산 베어스가 소속구단 선수를 잡는데 장기 계약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0일 허경민과 4+3년에 총액 85억원에 계약했다. 4년 동안 총액이 65억원이고 이후 2년간 20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16일 발표된 장수빈과의 계약은 4년 플러스 알파가 아닌 6년 계약이었다.

공교롭게도 허경민, 정수빈을 두고 경쟁한 팀들은 4년 계약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외부 영입을 하려는 팀이 4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4년도 장기계약이다. 만약 양의지나 최형우처럼 성공하게 된다면야 아깝지 않지만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경우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4년이 넘는 장기계약을 했다면 팬들의 비난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해준다면 그것도 부담이다.

소속팀에선 그동안 선수를 꾸준히 봐왔고, 체력, 부상 관리 등을 해왔기 때문에 4년을 넘는 장기 계약을 제시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관리하면서 현재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을 가질 수 있다.

장기 계약은 선수에게도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이번 옵션은 선수가 행사하게 돼 있다. 즉 4년 간의 성적이 좋아 FA를 다시 선언했을 때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면 플러스 옵션을 거부하고 FA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옵션을 받아들여 계속 뛰면 된다. 7년을 계약한 허경민은 2027년까지 두산에 뛸 수 있고, 6년을 계약한 정수빈은 2026년까지 뛴다. 둘 다 1990년생으로 2026년이면 만 36세, 2027년 37세가 된다.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4년을 넘는 장기계약은 지난 2004년 두산의 정수근이 롯데로 이적하면서 6년간 총액 40억6000만원에 계약한 것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후 장기 계약은 없었고, 지난 2019년 SK 와이번스 최 정이 6년간 총액 106억원에 계약하면서 다시 장기 계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FA 계약엔 우선 협상 기간이 없어져 원 소속구단의 이점이 사라졌다. 하지만 꼭 잡아야하는 선수를 장기 계약으로 붙잡는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 앞으로 외부 FA를 영입하려는 팀들도 장기 계약 카드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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