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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 재임 시절 판공비 인상으로 논란이 된 이대호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은 후 사용처를 제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이대호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판공비를 내 개인 용도로만 사용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며 '선수협 역대 회장 및 이사진에 지급되는 비용을 판공비로 명명하기는 했으나, 회장 및 이사진 보수, 급여로 분류하여 세금 공제 후 지급하고 있다. 위 판공비 외에 별도로 지급되는 수당은 전혀 없다. 만약 이 관행이 문제가 된다면 조속히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했다. 과도한 액수가 책정됐다는 비난을 두고는 '이사회 결의 과정에서 좀 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점에 대해선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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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선수협 사무국에선 1억원 인상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던데.
그건 맞다.
-임시이사회 참석이 회장 출마를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유력한 당선자로 지목됐는데.
솔직히 나는 회장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선수협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나간 것이다. 내가 회장이 될 줄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600여명의 선수들이 투표를 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가 회장을 맡든 선수들을 위해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견을 낸 것이다.
-회장 선출 자리가 사실상 이대호를 회장으로 추대하는 자리로 여겼던 선수들도 많았다. 때문에 판공비 인상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선수도 있었을텐데.
내가 당선이 될 줄 알았다면 판공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런 논란이 벌어질 게 뻔한데 내가 그런 이야기를 굳이 했겠느냐. 오로지 선수협을 위해 회장이 선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의견을 낸 것이다. 선수협은 선수들의 목소리를 이사들이 반영해 결정을 하는 기구다. 내 의견이 절대적일 수 없다.
-회장 취임 후 판공비 액수 조정에 대한 생각은 없었나.
이렇게 문제가 될 줄 알았다면 벌써 시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과 회장직을 병행해왔다. 그동안 선수협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판공비 논란이 없었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회장직을 권유받아왔다.
내가 해외에 다녀오고 대표팀에 많이 나선만큼 선후배들이 많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알았다. 하지만 구단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내게 투자한 만큼 야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팀을 떠난 뒤 기회가 된다면 회장직을 맡고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사회 당시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무총장이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아 유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판공비가 현금 지급될 때의 문제점 등을 솔직히 정확히는 몰랐다. 나중에 확인 후 세금 문제가 있어 시정이 됐다고 한다. 미리 알았다면 절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사무국장 판공비 유용에 대해 알게 된 시점은.
현금 논란에 대한 이야기는 며칠 전 알았다. 사무총장이 모르고 했다고는 하지만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책임을 지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때문에 함께 사퇴 발표를 했다.
-사무총장 선임 배경은.
후배들의 권익 보호, 팬들과 소통을 생각했다. 이전 사무총장님들이 변호사 출신이었다. 조금 더 팬들과 다가가고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모셔온 분이다. 다른 취지로 데려온 것은 아니다. 선수협이 조금이나마 잘되길 바라는 마음었다. 하지만 부적절한 일이 벌어져
-선수협 마케팅 직원 3명을 충원했다고 하는데, 선수협 사유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유화가 될 수 없다. 나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채용을 위해선 이사회 가결, 변호사 자문, 10개 구단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은 이사회 합의 하에 이뤄진다.
-판공비 능가하는 돈을 쓰면서 선수협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회의나 식사, 미팅 경비 등에 판공비가 쓰인다. 활동을 하다보면 판공비 이상의 돈을 쓰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선수협이 권익 보호에 힘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2년에 못 미치게 활동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힘이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KBO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과 의논해 결정을 내리고 싸워야 하는 조직이다.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다 보니 업무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이번 논란으로 향후 선수협 회장직이 다시 공석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선수협 회장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선수들이 뽑아줘야 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차기 회장 역시 선수들이 투표를 해 선출될 것이다. 누가 맡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 임기 동안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 잘 시정이 돼 차기 회장에게 자리가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년 1월 선수협은 '판공비는 반드시 카드로 결제하고 증빙이 없는 결제는 부인한다'는 결정을 했다. 이번 판공비가 공사가 뒤섞여 있고, 일반 기업에선 지적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지껏 감사가 있었음에도 시정되지 않은 부분은.
(변호사)이대호 회장 조차 관행상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시정되지 않은 것은 회장 취임 후 인수인계 절차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 그 부분에 대해 시정할 계획이며, 차기 회장부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선수협 회장직은 현역 선수가 맡아야 하는 게 맞다고 보나.
현역 선수가 회장을 맡는 게 맞다. 선수들의 협의체이기 때문에 현역 선수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은퇴한다면 현장의 고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여지껏 현역 선수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선수가 후보가 되고 회장이 되는 부분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이다.
-판공비가 결정된 2019년 3월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나.
(변호사)내부적으로 검토해 법률적 문제가 없다면 검토해보겠다.
-업무추진비 명목의 판공비 공개 여부는.
(변호사)판공비가 언제부터 현금으로 지적됐는지는 이대호 회장 본인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다. 추후 확인해보겠다. 판공비 내역 공개 여부 역시 법률 검토를 거쳐 선수협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개하겠다.
-최고 연봉 선수로 선수협 회장 역할을 해왔는데
나는 고액 연봉을 받고 롯데에 입단했다. 성적을 내야 하고 롯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4년 계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수들로부터 '이번만큼은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솔직히 좋진 않았다. 잘해도 좋아해주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해왔지만 이런 일이 터졌다. 관행대로 선배들처럼 해왔는데 이렇게 됐다. 이렇게 되면 다음 회장에게도 미안하다. 이사님들과 열심히 해왔는데 결과적으로 안좋은 모습으로 물러나게 됐다. 몇달 전부터 사의를 표명해왔고, 이사회도 받아들였다. 이번 투표에서 내 이름은 빠졌다. 누가 맡는다면 선배가 맡아야 한다. 구단과 소통이 가능한 선수가 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향후 판공비 조정이 이뤄지나.
향후 이사회에서 논의를 할 것 같다. 정확하게 출처, 내역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미처 인식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 추후 논란이 없도록 신경쓰겠다.(변호사) 판공비를 본인 스스로 세금처리를 하며 받진 않았을 것이다. 선수협 차원에서 세금처리가 된 후 받아오는 관행대로 해왔고, 이대호나 선수협 모두 그렇게 해온 것 같다. 이 사건을 통해 알게 된 만큼 바로 시정조치가 될 것이다.
-선수협 회장으로 법인카드를 발급 받았나.
받지 않았다. 선수협 사무총장 및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한다. (형인 이차호 대표가 SNS에 법인카드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잘못 아신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한 말 같다. (변호사)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판공비 외에 선수협으로부터 어떠한 보수도 받은 게 없다.
-판공비는 선수협 설립 때부터 회장에게 지급된건가.
맞다. 선수협 초창기부터 별도의 보수 없이 판공비가 지급됐던 것으로 안다.
-판공비 금액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나.
부족하진 않았던 것 같다. 6000만원이 거론되지만 매달 세후 정산하면 400만원 후반대다. 선수협 관련 업무와 이동 경비, 미팅 등에 사용하는데 주로 썼다.
-향후 개선 방안은.
(변호사) 이 사건 이후 선수협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협 뿐만 아니라 선수 전체와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다. 추후 시정조치가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본다.
-사무총장이 인수인계 과정에서 좀 더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아프다. 선수협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모셔온 분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 마음이 아프다. 사실 어제 기사를 보고 많이 힘들었다.
청담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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